한국기자들 박지성 뉴스 출발점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축구잡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식 소식지 '인사이드 유나이티드'다. 매달 100페이지 가량의 구단 내 소식이 컬러로 편집돼 3.5파운드(한화 6천300원 상당)에 팔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모든 경기를 보고 '인사이드 유나이티드'를 정기구독하고, 매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맨유 팬들의 생활이기에 가끔은 내용없이 비싸다 싶어도 잘 팔린다.
한국인 팬들도 '인사이드 유나이티드'를 열심히 산다. 맨유에 대한 순수한 사랑, 맨유의 유일한 한국인 선수인 박지성에 대한 관심 등이 매출을 높여주는 주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인터넷 포털 뉴스검색 서비스에서 '인사이드 유나이티드'를 검색어로 입력하면 또 다른 이유를 알게 된다.
이 잡지와 맨유 인터넷 홈페이지는 한국 언론의 주요 취재원이다. 여기에 실린 맨유 소속의 선수나 코칭 스텝의 한마디가 기사 내용을 뒷받침할 근거로 사용된다. 기사 하나가 번역되어 그대로 한국산 기사가 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식 매거진 에 따르면...'같은 구절이 들어가는 기사들이 여기에 속한다.
한국 언론에서 이를 인용할 때에는 모든 기사의 중심에 박지성을 둔다. 커버 스토리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박지성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면 커버 스토리 등장인물이 과거 박지성에 관해 한마디 했던 것을 합쳐서 한국산 기사를 만든다. 박지성에 관한 소식은 아무리 작게 나와도 특집 기사로 만들어 낸다.
필자도 박지성의 팬이지만 가끔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호 '인사이드 유나이티드'의 커버 스토리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부임 20주년 축하'다. 이를 인용한 한국 신문들은 퍼거슨 감독의 20주년을 소개하며 PSV에인트호벤에 있던 박지성을 영입한 것을 대단히 큰 업적으로 표현했다. 본지에는 박지성에 대한 언급이 한번도 없었지만 말이다.
지난달 28일 맨유 홈페이지에 박지성이 올레 군나르 소샤에르와 함께 훈련에 복귀한다는 기사가 실리자 한국 언론은 일제히 이를 인용한 기사를 냈다. 퍼거슨 감독의 박지성에 대한 평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은 본 기사에서 "지성과 올레가 이번 주에 훈련에 복귀하고 이는 우리에게 훌륭한 소식이다"라는 문장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그동안 퍼거슨이 했던 모든 말을 종합해 '박지성의 복귀=맨유 전력의 완벽한 마무리'라는 공식을 만들어 놨다.
요즘 한국의 초등학생이 닮고 싶은 인물 1위가 박지성이라고 한다. 해외배송도 된다니 '인사이드 유나이티드'를 자녀에게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축구 지식도 쌓이고, 영어 공부도 되고, 언론을 보는 안목까지 키울 수 있으니 최고의 선물이 될 지도 모른다.
박근영(축구 리포터)
※ 설기현, 박지성, 이영표 등 한국인 선수들의 활약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짐에 따라 '잉글랜드 축구 리포트'(가제)를 시작합니다. 필자인 박근영씨는 이화여대 언론정보학부 4학년에 재학중이며 현재 영국에서 어학중인 잉글랜드 축구 마니아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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