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대담] 남북관계 전망과 대응

입력 2007-01-01 07:46:44

한반도 해빙…연내 북핵해결이 최대 관건

남북 관계는 올 정해년에도 여전히 국내 정치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 관계는 꽁꽁 얼어붙었고 남한은 대북 정책을 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 간에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히 올 12월 대통령 선거을 앞두고 갖가지 북한 변수가 나올 전망이 높아 남북 관계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을 전망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보수학자이자 뉴라이트 대표 논객인 제성호(諸成鎬·49) 중앙대 법과대학 법학과 교수와 진보학자로 북한 정치 및 군사 전문가인 김용현(金榕炫·41)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북한학과 교수로부터 올 한해 남북관계 전망과 대응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핵실험으로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제성호=2007년 남북 관계의 기상도를 좌우하게 될 주요변수는 ▷북핵문제와 6자회담 진전 여부 ▷북한의 내부 사정과 대남 전략 ▷12월 한국의 대선 등으로 대별된다.

핵문제는 금년 내내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최대의 악재다. 미국은 현재 유엔의 대북 경제 제재를 배경으로 북한에게 선(先)핵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호응할 경우 미국은 한국전 종전 선언, 체제보장, 관계 정상화, 경제협력 등 당근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선 금융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핵보유국의 기정 사실화를 전제로 6자회담을 핵 군축 회담으로 전환시켜 나갈 의도도 내비치고 있다.

한국과 중국 등은 포괄적 접근과 해법, 곧 평화체제 전환 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의제를 다루고 패키지 합의를 통한 단계적 해결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조지 W. 부시 미행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으로 북한이 단시일 내에'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핵 폐기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 12월 한국의 대선, 2008년 6월 베이징 올림픽, 10월 미국의 대선 등 일정표를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까지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핵확산방지조약(NPT) 틀 밖에서 '사실상 핵 보유국의 지위'를 누릴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그럴 경우 한국은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하는 방안'을 포함한 새로운 대북 안보 통일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김용현=지난 해 10월 9일 북한 핵실험으로 야기된 한반도 불안정성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다. 6자회담이 재개되고 있어 전망이 어둡지는 않지만, 핵폐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남북 관계 역시 북핵 문제의 향방과 궤를 같이 할 것이다.

2006년 남북관계는 한마디로 '다사다난'이었다.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하루 전인 5월 24일 북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한파가 시작되었다. 급기야 7월 5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로 정부의 쌀 차관 및 비료 지원이 유보되고,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은 남북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

유엔안보리 결의안 1718호와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가동으로 북한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혈맹 관계인 중국과 민족 공조의 대상인 한국까지 가담한 결의안 통과가 북한 사회에 준 충격은 컸다. 1990년대 후반'제 2의 고난의 행군'에 이어'제 3의 고난의 행군'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올 한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은 북핵실험으로 붕괴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상반기 남북관계는 정부 간, 민간 차원 모두 이 문제가 현안이 될 것이다. 북한이 제 2의 핵실험이나 핵무기 및 핵기술 이전을 하지 않는 한, 올해 안에 해결의 큰 가닥은 잡힐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에 북핵 실험 이후 후속 조치를 둘러싸고 동북아에 '외교의 계절'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 복원 여부는 이 같은 변화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인도적 대북지원 지속에 대한 정치권 등의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데 지원 재개 및 시점은 어떻게 될까

◆제=북핵문제에 대한 가시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북 지원 중단 방침을 철회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런 행동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 올바른 남북관계 형성·발전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한다. 다만 경직된 협상 자세는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적 사안의 해결을 우리 스스로 봉쇄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대규모 비료·식량지원은 유보하되, 이산가족 상봉과 소규모 비료 지원을 남북적십자회담 틀 속에서 병행 추진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김=북핵 실험 사태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산가족 상봉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면 상봉과 화상 상봉이 6.15공동선언 7주년을 기점으로 재개될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핵실험으로 냉각된 남북 간 화해라는 차원에서 북한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염두를 둔 것이다. 마찬가지로 민간 차원의 대북협력 사업은 북핵 실험 사태를 딛고 하반기쯤 활기를 띨 것이다. 2006년에 위축되거나 정지됐던 사업들이 재개되면서 인도적 지원과 개발 지원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군 포로 문제나 납북자 문제는 올 해에도 여전히 공식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핵 실험으로 개성공단 활용과 금강산 관광에 대한 반대의견이 나오는 등 혼란을 겪고 있는데 이들 사업의 전망은.

◆제=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대북 (협상)카드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등이 있다. 우선 개성공단 건설 사업의 속도 조절, 금강산 관광의 중단 내지 대폭 축소는 불가피하다. 남북경협을 종전대로 지속하려 할 경우, 국제 사회와 엇박자를 보이고 북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한반도 상황 변화에 따라 PSI 전면 참여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당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이 최소한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제 사회를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 화해협력과 경협의 상징성이 큰 사업으로 지난해보다는 좀 더 활성화될 것이다. 보조금 중단에 따라 위축되고 있지만, 금강산 관광 역시 봄부터는 개선될 것이다.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 사업은 북한 군부의 의중이 중요한 변수이지만, 북측의 시급한 경제난 해소라는 차원에서 상반기에 개통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 회담개최 등 전망은.

◆제=노무현 정부는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땅에 떨어진 국민적 지지를 다소나마 만회하고 정치판 새판짜기의 차원에서 북한 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리한 남북 정상회담 추진은 금물이다.

북한은 이른바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미국과 협상할 사안으로 보고 있어, 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기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현안 중심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햇볕'이니'평화번영'이니 하면서 한국 정부는 대북 화해·협력에만 관심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북한체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독재 정권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북한 주민의 인권탄압을 장기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향후 '자유민주 통일'을 내다본 북한 관리와 북한 주민을 시야에 넣은'신 포용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7천만 겨레가 한 울타리 안에서 살려면, 먼저 체제 가치의 유사성을 확보해야 한다.

◆김=상반기 남북관계의 핵심코드는 제 2차 남북 정상회담일 가능성이 높다. 현시점에서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유용성은 크다. 북핵문제는 어차피 실무적 차원에서 완전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워 최고 당국자간 통 큰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1단계로 남북 정상회담을, 2단계로 남·북한, 미국 등 3국 또는 중국을 포함한 4국 정상회담을 통해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의 3국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높이는 희망적 메시지다. 정략적 판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올 해 상반기, 4월 이전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큰 걸음을 디딜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정부입장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북 인권에 대한 접근방향은.

◆제=북한체제의 민주화 없이는 진정한 남북 평화 공존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앞으로 정부가 북한 인권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것은 인권의 보편적 가치성은 물론이고 인도주의 구현에도 부합한다.

◆김=북한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와 국내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북한체제를 여전히 괴롭힐 것이다. 국내외 비판 여론에 대해 북한이 만족할만한 답을 내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정리=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사진=김영욱기자 mirage@msnet.co.kr

※ 제성호 중앙대 법과대학 법학과 교수=뉴라이트 싱크넷 상임집행위원으로 활동하는 대표적인 보수학자. 서울대 법대에서 학부와 석·박사를 공부했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전문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외교통상부 국제법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MBC에서 통일문제 담당 객원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법무부 법원행정처 국방부 법제처 민주평통 등지에서 자문위원으로 있고 한반도포럼, 비전@한국,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위, 남북나눔운동 등 왕성한 사회 참여 활동을 하고 있다.

※ 김용현 동국대 사회과학대학 북한학과 교수=북한정치와 군사 전문가. 광주제일고·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정치 및 군사 연구로 동국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을 지냈고,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전문위원, 민주평통 정책자문위원,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며 참여정부의 대북정책 수립 및 추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