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4050] ①MTB

입력 2007-01-01 07:58:48

산 속 거침없는 질주…중년 활력 '씽씽'

익스트림 스포츠는 신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극한을 추구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1970년대 등장한 이래 익스트림 스포츠는 신세대만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나이를 잊고 익스트림 스포츠에 도전장을 던지는 40, 50대 장년층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중년들은 극한의 스포츠에 몸을 내던지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중년들의 뜨겁고 치열한 익스트림 스포츠의 현장을 5회에 나눠 싣는다.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소설가 김훈은 에세이 '자전거 여행'에서 자전거를 이렇게 예찬했다.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가는 자전거'가 바로 MTB(Mountain Bike). 익스트림 스포츠의 대표 주자인 MTB의 동호인들이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게다가 40, 50대의 장년층들이 대부분이다. 대자연을 벗삼아 중년의 나이를 잊고 스퍼트를 내는 MTB 동호인들의 거침없는 질주에 동참했다.

지난달 9일 팔공산 가산산성 초입 주차장. 쌀쌀한 날씨 속에 9명의 MTB 동호인들이 자신들의 자전거를 손보고 있었다. 두꺼운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하고 브레이크를 점검하는 손놀림이 능숙해 보였다. 화려한 색상의 옷과 헬멧, 고글로 인해 동호인들의 나이를 분간하기 힘들었다. 이들은 지역의 MTB 동호회인 '대구적토마MTB팀' 회원들. 하루에 천 리를 간다는 '적토마'. 하지만 이들의 이날 목표는 적토마의 1/10 거리인 40km.

가산산성 주차장에서 출발, 동문→가산바위→모래재 임도→북창→음지가리골→908번 지방도→한티재 휴게소→진남문 주차장 코스다. 제일 힘든 구간은 가산바위에서 모래재 임도. 하지만 힘든 만큼 원시림 속에 숨은 절경이 끝내준다고 했다.

자전거 점검을 마친 동호인들이 일제히 안장에 올라타고 질주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이어졌다. 기어를 저단으로 낮추지만 심장과 허파는 터질 듯 보였다. 걷기에도 힘찬 등산로를 따라 힘차게 페달을 밟는 이들에게 중력은 작용하지 않는 듯 했다. 중력을 거스르기 위해 허벅지는 탄탄하게 부풀어올랐고 핸들을 꽉 쥔 손아귀의 힘은 더욱 거세졌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하지만 내리막이라고 편한 것만은 아니다. 급격한 경사로 인해 사고도 왕왕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임의 고문을 맡고 있는 김재태(50) 씨는 소문난 스포츠광. 20년전부터 스키, 암벽등반, 스쿠버다이빙 등을 즐겼다는 김 씨는 현재 MTB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는 "MTB는 길이 아니더라도 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동호인들은 매년 6월 강원도 태백에서 울진을 거쳐 대구까지 370km를 질주하는 정기 투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욱(44) 대구사이클연맹 전무이사는 사이클선수 출신. 그는 "사이클은 도로 위에서 하기 때문에 위험한 데다 자동차 매연이 불쾌해 MTB를 선택했다."면서 "힘들게 올라가는 만큼 내려올 때는 경사로를 따라 수월하게 내려올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대구기관차승무사업소 기관사인 손경원(54) 씨는 이날 참가한 동호인 가운데 최고령자. 입문한 지 2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능숙하게 산을 오르내렸다. 그는 "운동에는 소질이 없었지만 등산을 하다가 MTB 동호인들의 거침없는 질주를 보고 용기를 냈다."고 웃었다.

회사원 최용일(46·대구시 동구 신암동) 씨도 "직장 안에서 탁한 공기만 마시다가 자연의 맑은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은 정말 상쾌하다."면서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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