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은 어딜 가도 만날 수 있고 재료에 따라 종류도 많다. 선지와 사태고기, 재첩과 다슬기, 콩나물과 우거지 등 한결같이 알코올 대사로 소비된 영양소를 채우고 기운을 북돋우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지방의 선지 해장국, 충청도 다슬기 해장국, 전주 콩나물 해장국, 부산 복국과 돼지국밥, 대구따로국밥, 강원산간 황태국, 섬진강변 재첩국….지방마다 나름의 '특산물' 해장국을 끓여내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과 섬유질 등 영양이 풍부하지 않는 것이 없다. 모두들 몸 속 생리활성을 돕는 기능성 물질들을 함유하고 있다.
연말이다. 모임이 잦아 이래저래 술 마실 일이 많아진다. 술 마신 뒤 밀려오는 숙취. 화타와 편작인들 없앨 것이며 항아와 양귀비가 옆에 있은 들 사라질까. 쓰린 속을 어루만질 해장국집을 찾아보자.
◆60년 손맛자랑 '옛집식당'
소반 상에 깍두기, 실파무침, 두부 부침개에 육개장과 밥 한 그릇, 조그만 간장그릇이 상차림의 전부다. 하지만 술꾼들에게는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집에서 담근 전통간장으로 맛을 냈고 푹 익은 채소와 쫄깃한 사태고기가 영양만점이다. 얼큰 구수한 국물은 속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얇게 썰어 부쳐낸 두부 부침개를 집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입맛도 돌아온다.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가 담장을 넘어갈 때쯤이면 벌건 얼굴에 쓰린 속를 움켜쥔 술꾼들이 한 둘 씩 몰려든다.
육개장 국에 들어가는 채소는 단 3가지. 대파, 무, 토란이 전부다. 대형 솥에 굵게 썬 이들 채소를 듬뿍 넣고 소고기 중에서도 기름기가 적은 잘 삶은 사태고기를 먹기 좋게 썰어 함께 섞는다. 여기에 고추양념과 집 간장으로 간을 맞춘 뒤 손으로 조물조물 치대준다. 매콤한 고추맛과 간장이 재료에 속속들이 배어들면 간밤에 소뼈로 우려낸 육수를 붓고 센 불에 끓이기 시작한다. 중구 시장북로 달성공원 네거리에서 동산병원방향 약 200m 오른 편 골목에 있다. 주인 김광자(65) 할머니가 시어머니 대를 이어 60년째 얼큰하고 푸짐한 육개장을 끓여낸다. 육개장만 따로 사갈 수 있다. 1인분 6천원.
◆천혜의 술 해독제 '하동 섬진강 재첩국'
총총 썬 부추가 뜨있고 국물이 맑고 뽀얀 재첩국 한 그릇을 다 비울 즈음이면 속을 훑어 내리던 주독은 간데 없다. 말린 무청을 넣은 재첩 우거지탕은 국물이 구수하고 소화'강장작용이 탁월해 특히 젊은 층에게 인기가 있다. 1급수에서만 자라는 재첩조개는 바닷조개보다 단백질과 비타민이 2배 많고 칼슘, 철분, 필수 아미노산, 타우린이 풍부해 숙취해소와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하루 동안 맑은 물에서 충분히 해감된 섬진강 재첩을 기계에 넣고 2시간 씻은 다음 물 8말에 재첩 1말 비율로 끓인다. 국물은 따로 걸러 준비하고 조갯살은 건져 채에 담아 둔다.
동구 신천 4동 국제 오피스텔 뒤편에 있다. 주인 배인욱(55'여) 씨가 뽀얗고 맛깔스런 재첩국을 담아낸다. 중탕으로 데워둔 뚝배기는 국을 다 먹을 때까지 온기를 머금고 있다. 연중무휴에 재첩국 5천원, 재첩 우거지탕 5천원.
◆뜨거운 대구 살과 알과 곤의 조화 '청학식당'
양은 냄비가 곽 차도록 대구 살과 알이랑 곤이 꽉차있다. 그 위에 무, 파, 콩나물을 얹고 다시마 육수를 넉넉히 부어 센 불에 한소끔 끓여내는 대구탕과 알곤탕. 폭음으로 잔뜩 허기진 배에 뜨거운 대구 살이 목젖을 타고 내려가면 그때서야 접힌 허리가 쭉 펴진다. 대구 살에 알과 곤을 섞어 달라고 주문하면 더욱 진미이다.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함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이 곳 대구탕은 냄비뚜껑까지 올라오는 화력 좋은 불에 약 10여 분간 끓여내는데 이 때문에 대구의 육질이 그대로 살아 있어 감칠맛이 나기로 유명하다. 탕과 함께 나오는 뜨끈뜨끈한 양념두부도 별미. 인심이 후한 안주인은 상에서 반찬이 빌세라 다시 새 반찬들을 내놓는다. 대구탕 6천원, 알곤탕 8천원.남구 봉덕 1동 영남대학교병원 건너편 아세아택시 뒤편에 있다. 주인 이원형(61·남) 씨가 25년째 끓여내고있다.
◆영양만점 도토리수제비 '대원식당'
수성구 범어동 킹덤오피스텔 건너 있는 '대원식당'. 찹쌀과 밀가루, 도토리가루를 섞은 수제비에 인삼, 은행, 잣, 대추, 팽이버섯, 소고기채를 고명으로 얹은 이 곳의 도토리수제비는 해장음식으로 손색없다. 체인 본부장 송복준씨는 "고령에서 30년째 도토리수제비를 끓인 식당(대원도토리수제비)의 맛을 그대로 대구에 옮겨놓았다"고 했다. 소 등뼈를 곤 육수로 끓인 이 곳 수제비 국물과 도토리수제비는 씹는 맛이 부드럽고 맛깔스런 고명의 색감이 식욕을 자극한다. 5천500원.
◆충청도 올갱이국 '일억조 고디이탕'
남구청 맞은 편 작은 고디탕 전문인 '일억조 고디이탕'. 주인 송연순(53'여) 씨가 10년째 충청도식 요리법에 경상도식을 가미한 퓨전 다슬기탕을 끓여낸다. 된장 맛이 은근한 육수에 부추와 애기배추를 듬뿍 넣고 끓인 후 들깨가루를 얹어 내는 이 곳 탕은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에 쫄깃한 다슬기 맛이 일품이다. 전날 과음으로 밥알이 넘어가지 않더라고 탕 한 그릇만 비워도 하루가 든든할 정도. 무 깍두기와 토속적인 고추장아찌는 잃어버린 입맛을 되돌린다.1인분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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