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절망의 한 해를 보내면서

입력 2006-12-30 10:41:00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가 이제 여우꼬리만큼 짧은 끝자락을 남기고 있다. 돌이켜보면 병술년 年初(연초) 모두들 희망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빌고 소원했지만 북한 핵실험의 충격과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광풍,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행성 게임'바다이야기'비리 등 절망과 아쉬움이 희망보다 더 큰 자리를 차지해버린 한 해였다.

고유가와 환율 하락으로 우리 경제가 발목을 잡히는가하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수사와 그로 촉발된 法(법)-檢(검) 갈등, 전효숙 헌재소장 인준 파문,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 일심회 사건, 대통령의 군 비하 발언 등으로 하루도 빤한 날이 없었다. 정치권은 끊임없는 대립과 반목으로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켰고,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취업난 등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민생과 민심은 어지러워질 대로 어지러워진 상태다.

눈을 바깥으로 돌려보아도 마음이 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준 북한 핵실험에다 이란·이스라엘 등 중동지역의 핵 문제로 지구촌 핵개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더욱 수렁 속으로 빠져 들고 있고 갖가지 자연재해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았다. 중국과 러시아·미국 등 강대국들의 자원 확보를 위한 전방위적 외교와 자원 무기화로 '에너지 패권시대'가 노골화 되고 있다.

지친 우리 국민들의 얼굴을 그나마 환하게 만든 瑞光(서광)도 없지 않았다. 1991년 유엔에 가입한 지 15년 만에 그것도 分斷國(분단국)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것은 더 없이 큰 경사다. 새해부터 지구촌 갈등의 중재자로서 중책을 맡을 반기문 총장에게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얼마만큼 큰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듯 살림살이가 어렵고 국내외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하더라도 새해는 올해 같아서는 안 된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大選(대선) 등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희망을 크게 키우면 충분히 절망을 덮을 수 있는 법이다. 작은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살려내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길밖에 없다. 하나된 마음과 슬기로움만이 이를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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