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동안 경주를 둘로 갈라놓으며 주민 갈등을 증폭시켰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문제가 29일 방폐장 인근 지역인 경주 양북면 장항리로 최종 결정됐다.
그동안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로 경주로 이전하게 될 한수원 본사 이전 문제로 양북·양남·감포 등 동경주와 도심권의 주민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각기 자신들이 요구하는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수차례 집회를 열어 기세싸움을 했고, 도로 봉쇄와 방화 등 과격시위와 천막농성을 벌이면서 경주는 두 동강이 나버렸다.
이 같은 원인은 무엇보다 '합의와 조정'을 이끌어 내지 못한 한수원과 경주시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경주시민들의 위대한 승리라고 자랑했던 방폐장이 유치되고 1년이 지나도록 이 문제에 대해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해 당사자들을 상대로 지역 발전을 위해 협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이해와 설득, 조정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했더라면 첨예한 갈등과 격렬 시위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제 한수원 본사 이전지는 결정이 됐다. 이 과정까지 문제도 있었지만 이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승복해야 한다. 정부와 경주시, 한수원 등도 지역간 민-민간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탈락지역에 대한 수습책도 내놓아야 한다.
특히 한수원은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이전하게 됐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다. 본사 이전 규모나 기능이 축소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협력기업들의 동반 이전을 설득해 고용창출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방폐장만 받아주면 모든 것을 다 해줄 듯했던 정부도 '초심'으로 돌아가 방폐장 유치 당시 약속했던 유치지역 지원사업 등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와 지원을 해야 한다.이것만이 갈라진 민심을 치유해 경주시민 모두가 승자가 되는 일이요, 방폐장 유치의 참 뜻을 살리는 길이다.
사회2부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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