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韓銀 구미지점 9억 사기 '미궁속으로…'

입력 2006-12-29 10:30:32

10년 전 한국은행 구미지점에서 발생한 현금 9억 원 사기인출 사건이 지점 폐쇄와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 1996년 2월 17일 대동은행 구미지점 직원을 가장한 남자 2명이 한국은행 구미지점에서 한은이 발행한 은행 간 내부거래용 당좌수표를 제시하고 현금 9억 원을 빼돌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당시 범인들은 대동은행 구미지점 금고에서 훔친 당좌수표 1장에 구미지점의 가짜 고무인과 지점장 도장을 찍은 후 현금 9억 원을 인출해 마대자루 3개에 담아 달아났다.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은 원칙적으로 수표를 분실한 대동은행에 있으나 외환위기 때 대동은행이 없어짐에 따라 한국은행에서 그 손해를 떠앉게 됐다.

한은은 구미지점 사건 이후 전산시스템 및 보안절차를 바꿔 현재 수표는 전혀 이용하지 않고 각 은행 본점에서 권한을 가진 책임자가 1일 전에 전산을 통해 자금을 신청하면 미리 신원조회를 거쳐 한국은행에 등록한 은행 직원을 통해서만 돈을 내주고 있다.

사건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은행 직원이 공모했을 것으로 보고 조기 해결을 자신했으나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4년 4월에는 이 사건을 모델로 보안이 철통같은 한국은행을 턴다는 내용의 영화 '범죄의 재구성'이 개봉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사기꾼들에게 50억 원이 털리는 것으로 나오자 한국은행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모방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본점과 16개 지역본부의 경비 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실탄이 장전된 기관단총을 갖고 있는 무장 경비원 수를 50% 늘리는 해프닝을 빚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초동 수사에 실패하는 바람에 결국 아직 미제로 남아 항상 찜찜하게 생각한다."며 "한은 구미지점이 폐쇄되더라도 언젠가는 범인이 잡힐 것으로 믿는다."고 아쉬워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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