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에서 사는 흰손긴팔원숭이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일종의 경고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동물 세계에서 동료들에게 위험을 알리거나 짝을 찾기 위해 여러 음을 사용한 노래를 부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영장류 가운데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부르는 것은 사람 뿐인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져왔다.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과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합동 연구진은 지난 2년간 태국의 카오야이 국립공원에서 고함 소리로 유명한 흰손긴팔원숭이들의 생태를 조사하던 중 이런 사실을 발견,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월간학술지 플러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흰손긴팔원숭이들이 내는 외침은 정교하기로 유명하며 800m 거리까지 반향을 일으키는데 이들이 이렇게 외치는 것은 짝과의 유대를 강조하거나 짝을 찾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연구진은 이들이 위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눈표범과 비단뱀, 관수리 등 포식자들의 모형을 가까이 배치하고 이들의 소리를 녹음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우선 모형에 가까이 다가간 뒤 "와, 와우, 후" 등의 떨리는 소리를 질렀으며 이 소리를 들은 다른 원숭이들이 같은 소리를 다른 동료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들이 포식자를 만났을 때 내는 소리는 짝짓기 경쟁을 할 때보다 더 혼란스러웠다면서 "이들은 사람이 여러 단어를 써서 말하듯 노래 가락으로 여러 상황을 전달하는 능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는 사람이 아닌 영장류가 다른 개체에게 새로운 정보, 특히 생사가 달린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런 종류의 정보 전달은 사람의 언어에는 보통 나타나는 것이지만 사람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에게서 이런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긴팔원숭이 전문가인 텍사스 주립대의 태드 바틀렛 교수는 "긴팔원숭이들이 인간 언어의 특징인 디지털 방식의 소리를 낸다는 것, 즉 각기 다른 요소를 재조합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인지적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면서 이는 긴팔원숭이들의 행동에 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논평했다.
그는 지금까지 학자들은 긴팔원숭이들이 암컷과 수컷, 그들의 새끼만으로 작은 사회집단을 이루는 이유는 이들이 포식자의 위협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해왔지만 이 연구는 이 원숭이들의 사회제도 진화에도 포식자의 압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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