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추진' 김근태-정동영 회동 의미는?

입력 2006-12-28 10:20:51

신당 창당 '동지애' 과시 논란 잠재우기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의 28일 조찬 회동은 신당창당 문제에서 불거진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히든 카드' 성격이 짙다. 전날 의원 워크숍에서 신당파가 '판정승' 한 것을 계기로 당 사수파의 반발을 무마시키는 한편 노무현 대통령과의 단절을 가속화해 이번 기회에 신당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을 한꺼번에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우선 이날 회동에서 신당창당을 위한 '동지애'를 과시했다. 회동을 마친 뒤 김 의장은 "오늘 정 의장을 만나 어렵지만 다시 마음을 합쳐 처음처럼 해 나가자고 했다."고 말했고, 정 전 의장은 "나도 힘을 보탤 테니, 김 의장이 힘을 좀 더 내달라."고 화답했다.

이날 두 사람이 동지애를 과시하면서까지 추진하는 목적은 바로 통합신당. 이와 관련, 두 사람은 "국민의 신당은 어느 누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국민의 틈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회동성격에 대해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신당 추진에 있어 불간섭 불개입의 원칙을 천명한 것이며, 우리에게 모든 걸 맡겨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도로 민주당'은 안된다는 인식을 명확히 밝힌 노 대통령에게 신당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의 사인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도 전·현직 의장이 신당창당을 공식적으로 천명하는데 도움을 줬다. 워크숍 뒤 우 대변인이 "8대 2 정도로 신당파가 많았다."고 전한 만큼 일단 신당파의 '판정승'한 자리였다.

이와 함께 '통합신당 영입대상 1호'인 고건 전 국무총리도 두 사람의 공개적 창당 주장에 간접적으로 도움 준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는 27일 신년 화두를 '운행우시(雲行雨施)'를 꼽았다. '운행우시'란 주역에 나오는 문구로, '구름이 움직이니 시원하게 비가 뿌린다.'란 뜻. 최근 교수들이 선정한 밀행불우(密雲不雨:구름만 빽빽하고 비가 내리지 못함)란 사자성어와는 다른 의미다.

구름이 움직이는 것처럼 정치세력을 움직여 정계개편을 이루겠다는 고 전 총리의 의지가 담겨 있다. '비'의 역할은 누가 할지 모르지만 '구름을 움직여야 한다.'는 원칙에는 김근태-정동영-고건의 생각이 모두 같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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