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형 전단지 "사람 맞으면 흉기" 대책없다

입력 2006-12-28 09:58:30

27일 오전, 가게 앞 인도 청소를 하던 이모(45·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명함판 전단지를 뿌리는 '오토바이 맨(?)'이 지나간 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코팅된 종이 명함판 전단지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와 이 씨의 눈을 맞춘 것. 다행히 안경 덕에 부상을 면할 수 있었지만 하마터면 눈을 다칠뻔 했다. 이 씨는 "얇지만 빳빳하고 가속도가 붙어 흉기와 다름없었다."며 "처벌이나 단속을 강화해 불법전단지 배부를 막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토바이를 타고다니며 던지는 명함판 전단지가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명함판 전단지가 가속이 붙으면서 흉기로 변해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 그러나 불법 전단지 대부분이 오토바이를 이용, 배포되고 있어 현장 단속이 어렵고, 시민들이 다쳐도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다.

실제 대구 한 구청의 올해 오토바이를 이용한 불법 전단지 단속 건수는 0건. 구청 담당자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순간을 사진으로 찍고 오토바이를 뒤쫓아 가 확인해야 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오토바이를 이용한 명함판 전단지 배포를 단속하려면 경찰에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형편이다. 단속에 나갔던 한 경찰관은 "엄청난 속도로 도망가는 오토바이를 뒤따라 가야해 위험하기 짝이 없다."며 "노래방이나 불법 영업단속에도 인력이 모자라 이들을 잡을 여력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뿌려지는 명함판 전단지 양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4천만 장이던 불법 전단지가 하반기엔 8천400만 장으로 늘어났고 올해 상반기엔 1억 1천만 장을 넘어서 1년만에 세배가까이 늘었다. 길용식 서구청 도시관리과장은 "사실상 전단을 배포하거나 만드는 사람들을 막을 방법이 없어 수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형편"이라며 "앞으로 8개 구·군청과 경찰이 합동 단속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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