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고 서로 믿는 사회는 효율적이며 빨리 발전한다. 하지만 '信賴(신뢰) 사회'에서는 나쁜 마음을 먹으면 거짓말로 쉽게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여기에 재미를 붙여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내 '不信(불신) 사회'로 바뀌어 버린다. 이런 사회에선 속임수'뇌물'협박 등이 난무해 효율성이 끝없이 하락하고, 결국 붕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진다. 말하자면 '불신'은 난치병과도 같다.
◇참여정부의 새 유행어 중 하나가 '진정성'이다. '거짓이 없는 참된 정이나 애틋한 마음'이라는 뜻의 '眞情(진정)'이나 '참으로, 정말'이라는 뜻의 '眞正(진정)'에다 '性(성)'을 붙인 말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진실성'과 '정말'의 앞자를 따서 만든 말일까. 아무튼 '뉘앙스의 장난'이더라도 그럴듯하게 다가오긴 한다. 하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진정성의 불신 시대'인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총체적인 '불신'에 빠져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회'정당'정부를 믿지 못하며, 인간관계의 신뢰도 역시 매우 낮아 갈등과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은 民生(민생)보다는 政爭(정쟁)에 몰두하고, 정부 정책은 정치적 입김에 흔들리면서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검찰'법원'경찰 등에 대한 신뢰도 역시 거의 바닥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70%는 '공직자의 절반은 腐敗(부패)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공직자들이 법은 거의 지킨다'고 보는 경우는 5%에 불과하다. 신뢰도 10점 만점에 국회는 3.0점, 정부'정당 3.3점, 지자체 3.9점, 검찰 4.2점, 법원 4.3점, 경찰은 4.5점으로 나타났으며, '법원 판결이 공정하다'도 50%에 그쳤다. 개인 사이의 신뢰도도 평균 4.8점으로 낮은 수준이다.
◇KDI가 '아이디어와 아이디어의 결합, 아이디어와 資本(자본)의 결합이 필요한데, 상호 신뢰 증진 없이는 이런 결합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듯이, 나라가 새롭게 일어서려면 사회적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절실한 '발등의 불'이다. 나아가 惡(악)이 독버섯처럼 번져나가도 휩쓸리지 않고 이와 맞서는 '善(선)의 세력'이 악을 싸안아 이기고, 그런 바람이 확산될 수 있는 길은 멀기만 한 걸까.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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