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김지태 作 '새해에는'

입력 2006-12-27 07:16:43

새해에는

김지태

새해에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를 알게 하시고

눈앞에 작은 이익에 자존심 버리지 말고

먼 훗날 꽃으로 피어날

희생과 봉사를 실천하는 한 해가 되게 하소서

내 몸에 줄기처럼 뻗치는 욕망을 위하여

허기진 목소리로 노래 부르게 하지말고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순결한 언어로

이웃의 고통을 위하여 기도하게 하소서

나보다 앞서가는 친구의 뒤에서 시기하지 않게 하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샘물도

목마름을 달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소서

얼음으로 지은 빛나는 집에서 안주하기보다

정신의 빛으로

이 세상의 작은 어둠이라도

밝히는 삶을 살게 하소서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추구해야 할 그 '무엇'에 대한 인식없이 맹목적으로 살지나 않았던가. 감각적이고 이기적인 '줄기처럼 뻗치는 욕망을 위'해 지켜야 할 가치를 버리지나 않았는가. '나보다 앞서가는' 친구를 시기하며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적대시하지나 않았는가.

새해에는 '나' 아닌 '이웃의 고통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존중할 수 있는 넉넉한 삶이 이뤄지길 소망해 본다. 언젠가는 녹아버릴 '얼음으로 지은 빛나는 집' 같은 물질적 삶에 만족하기보다 '정신의 빛'을 밝히는 삶을 소망해 본다.

아름다운 꿈은 아름다운 삶의 싹임을 믿는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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