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원하는 미혼모 그룹홈 시설 생긴다

입력 2006-12-26 09:40:24

"저는 스물여덟, 아이는 있지만 남편은 없는 미혼모입니다. 6개월 전부터 대구의 한 일시보호시설에 머물고 있지요. 저는 같은 직장에 근무하던 한 남자와 사랑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임신한 사실은 그 뒤 알게 됐구요. 낙태를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제 사랑을 책임지고 싶었고, 고귀한 생명을 그렇게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달 3.1kg의 건강한 딸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이 부당한 세상에는 미혼모는 있지만 미혼부는 없더군요. 가족에게까지 외면당할 것을 각오하고 제 아이 양육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우리 미혼모들은 사회적 약자임이 분명한데도 '부정한 여자'라는 세상의 갖은 편견과 시선이 참 따갑고 차갑기만 합니다. 취업도 분만 후 3개월이 지나야 가능한데 전문성도 없고 기술도 없어 살길 마련이 암담합니다. 많은 미혼모가 양육을 기피할 수밖에 없지요. 벌써 울만큼 울었습니다. 하지만 이달 말 저는 일시보호시설에 머물 수 있는 6개월이 끝나 곧 떠나야 합니다. 저출산을 걱정하는 우리나라는 출산장려책 마련에는 고심하지만 미혼모 출산에는 아직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단 한 평이라도 집이 있고 아이를 돌봐 줄 분들만 계시다면 미혼모들도 양육을 책임지고 어떻게든 자립해 살아갈텐데 말입니다. 따뜻한 위로와 지지하는 한 마디가 참 절실합니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어느 미혼모의 글에서)

이제 이러한 미혼모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들을 위한 그룹홈 시설인 '잉아터'가 이달 말 대구·경북에서 처음으로 개원하기 때문이다. '잉아터'는 여성가족부의 양육미혼모지원정책의 하나로 최대 1년 6개월간 입주해 미혼모의 교육과 취업을 도와 자립을 유도하는 시설이다.

박미향 잉아터 원장은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는 점차 늘지만 이를 뒷받침할 공간이 부족했다."며 "잉아터는 자립을 원하는 미혼모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구·경북에서 유일한 미혼모 보호시설인 혜림원에서도 양육을 원하는 미혼모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대다수 미혼모는 아르바이트, 판매직, 식당종업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왔다는 것. 이에 관련 시설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사회가 끝까지 한 생명을 지켜낸 이들에 대해 선입견, 편견을 거두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석임 혜림원 원장은 "잉아터 개원 후에도 직업훈련원 연계, 보육 자원봉사, 멘토링 서비스 등 미혼모 자립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며 "무엇보다 사회가 끝까지 한 생명을 지켜낸 이들에 대해 선입견, 편견을 거두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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