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겨울리그 코트에 '괴물 용병'이 출현했다.
올 해 한국 무대를 처음 밟은 삼성화재의 외국인선수 레안드로 다 실바(23.208㎝)가 바로 그 주인공.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힐스테이트 2006-2007 V-리그' 그랜드개막전에서 삼성화재에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무릎을 꿇은 현대캐피탈의 사령탑 김호철 감독은 경기 후 "레안드로는 다른 팀에서 잡기 힘든 용병 아닌가. 우리가 겨우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연구를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 아주 좋은 선수다"라며 패배의 아쉬움을 달랬다.
'부자 구단' 삼성화재가 거액을 주고 데려온 거물급 용병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일종의 '신포도' 화법인 셈이다.
브라질 국가대표 경력의 레안드로는 2006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미다스의 손' 김호철 감독이 부러워하기에 충분한 기량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후 은퇴한 '월드 스타' 김세진 공백을 메우며 라이트로 나선 그는 이날 서브 에이스 3개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무려 49점을 쓸어담는 맹폭을 퍼부으며 개막전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오픈 공격 1위(48.94%)와 득점 4위(437득점), 서브 2위(세트당 0.39개) 등 빼어난 성적으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휩쓸었던 현대캐피탈의 '특급 용병' 숀 루니(24.206㎝)가 22득점에 그친 것과 대조돼 그의 가치는 더욱 돋보였다.
레안드로는 컴퓨터 세터 최태웅과 찰떡 궁합을 이뤄 타점 높은 고공 강타로 '장신 군단' 현대의 블로킹 벽을 무력화시켰고 총알 같은 스파이크는 그가 올 시즌 코트에 거센 돌풍을 일으킬 것임을 예고했다.
4-9로 끌려가던 1세트 중반 백어택 라인 뒤쪽에서 솟구쳐 올라 연속 후위공격 2개를 상대 코트에 꽂은 그는 23-24에도 연속 백어택을 성공시켜 첫 세트 승리에 앞장섰다.
지난 9월 한국배구연맹(KOVO)컵 때 깜짝 데뷔했던 그는 레프트 루니가 미국 비치발리볼 대회 참가로 입국하지 않아 네트를 사이에 둔 맞대결을 미뤘지만 종횡무진 활약으로 '용병 지존'임을 선언한 것이다.
2세트 들어 일시적 난조로 2득점에 그친 그는 3세트 공격력이 살아나며 혼자 16점을 몰아쳐 27-25 듀스 대결 승리를 주도했고 4세트에도 20-20 동점에서 오픈 강타를 성공시켜 39점째를 뽑아 '토종 거포' 이경수(LIG)가 보유했던 종전 한 경기 최다득점기록(38점)을 갈아치웠다.
세트 스코어 2-2로 승부의 분수령이 된 최종 5세트에도 그의 불붙은 스파이크는 식지 않았고 14-8에서 날린 오픈 강타가 루니의 손을 맞고 그대로 상대 코트에 떨어져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짜릿한 3-2 승리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순간이었다.
공격 점유율 61.49%가 보여 주 듯 지나친 공격 집중으로 성공률이 48.35%로 낮은 게 아쉽지만 백어택 20개가 입증하듯 용수철 같은 탄력과 타점 높은 공격력은 최고의 거포로 손색이 없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아직 한국 선수들의 공격 습관이나 타점에 익숙하지 않고 블로킹을 더해줘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공격력은 만족스럽다"며 칭찬했다.
레안드로는 "내가 혼자 잘했다기보다 팀워크로 이긴 것 같다. 첫 경기라 흥분이 많이 됐지만 앞으로도 오늘처럼 전 세트를 소화할 수 있다. 루니도 타점이 높고 훌륭한 선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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