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보다 더 붉은 산골 성탄절
한티순교성지
그 순백의 산골마을에, 다시
성탄의 아침이 밝았다.
도심 속 화려한 십자가보다 더 붉은 원색의 성탄절이다.
한티순교성지에는, 오늘
예수가 맨발로 온 것이다,
얼마나 알고 있을까.
200여 년 전.
긴 고개 넘어 첩첩산중에 숨죽여 살면서도
맘껏 기도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밤새워 이 골짜기 저 골짜기 흩어져 다녀도
오로지 믿음과 소망 하나만으로도
해맑은 미소를 잊지 않았던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둥지가 불태워지고 목숨이 잘려나가도
새벽 눈꽃보다 더 하얀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서럽도록 아름다운 사람들이 두손을 모았던 것을.
한티순교성지
그 여윈 산 능선 아래에, 다시
붉은 성탄의 아침이 밝았다.
글 석 민기자
그림:문순만(서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