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주(29) 씨는 2007년 황금 돼지해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서른이 되는 해를 맞아 '뭔가 특별한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다. 박 씨는 가장 먼저 일기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올해는 기성품을 구입해서 사용했지만 내년은 특별한 해인 만큼 취향에 맞게 만들기로 한 것.
요즘 박 씨처럼 일기장이나 다이어리, 달력 등을 직접 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희소성에다 개성이 듬뿍 담기기 때문이다. 서효정(30) 씨는 '나만의 책 만들기' 취미가 이제 직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영남대에서 판화를 전공한 서 씨가 북 바인딩(book binding)을 처음 시작한 것은 2년 전.
"판화가 책과 성격이 비슷해 다이어리나 노트를 재미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원하는 속지에 원하는 표지를 마음대로 꾸밀 수 있어 재미가 쏠쏠해요. 주변에 선물해도 너무 좋아하고요. 심지어는 친구들이 제 다이어리를 가져가 남자친구에게 자신이 만들었다며 선물하곤 할 정도죠."
서 씨가 주로 선택한 다이어리 소재는 주변의 천 조각과 단추 등 쉽고 흔한 소재들. 원하는 크기와 재질의 종이를 송곳과 실로 엮은 후 겉 표지에 손바느질한 조각천을 본드로 붙이면 끝이다. 서 씨의 이런 취미는 이제 전문적인 북 아트에까지 지평을 넓히고 있다. 북 아트 스튜디오 수작(www.thesujak.com)을 열고 이제 자신의 철학과 예술성을 가미한 독특한 예술작품 책을 만들고 있는 것.
"책을 직접 만든다는 성취감이 짜릿하다."면서 "특히 북 아트는 판화, 사진 등 현대미술의 모든 시각적 효과를 총동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라고 강조했다. 최근엔 일반인들 요구도 높아져 회사에 제출하는 포트폴리오, 웨딩앨범 등도 북아트로 제작해달라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노하우가 없는 초보자들은 북 바인딩 패키지 상품을 구입해 만드는 것이 좋다. 패키지 상품에는 여러 가지 기본 재료들이 있어, 2시간 정도면 웬만한 일기장 정도는 만들 수 있다. 북 바인딩 패키지 상품은 대형 문구매장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일기장이나 다이어리를 직접 만들기가 어렵다고? 그렇다 해도 실망할 일은 아니다. 수제 다이어리를 판매하는 곳이 최근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마법일기(www.magicdiary.com)는 경북 경산에 매장까지 갖추고 운영하고 있는 유명한 수제 다이어리 사이트. 여름부터 미리 만들어놓은 다이어리가 연말을 맞아 제각각 주인을 찾아가고 있다. 11월에서 1월까지 석 달 동안의 매출이 일 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수제 다이어리가 연말연시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5년 전 문을 연 이후 점차 찾는 이가 늘고 있는데, 특히 동양자수로 만든 고급 다이어리는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손으로 직접 수놓은 15만 원짜리 다이어리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마법일기 운영자 전지원(31) 씨는 "특히 자기가 직접 만드는 DIY 패키지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함'을 넘어서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 전 씨는 "제작 과정이 담긴 동영상 CD를 함께 보내면 중학생 이상이면 다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리를 만들고 나면 서류함, 사진첩 등 다양한 품목에도 활용할 수 있어 인기 만점이다.
바느질로 직접 제작한 수제 다이어리를 판매하고 있는 꼼지락닷컴(www.kkomzirac.com)도 요즘 넘쳐나는 주문으로 눈코 뜰 새 없다. 꼼지락닷컴 안미영(32) 대표는 "최근 퀼트로 제작한 다이어리가 평소 세 배 이상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손바느질로 만들기에 하루 생산량이 고작 한 개에 그치지만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색 있는 다이어리'를 찾는 20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다. 가격은 2만~4만 원대이지만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
그 외에도 러브 업(http://loveup.co.kr), 봄(www.vom.net), 북아트 길드(www.bookartsguild.com) 등이 인기 있는 북아트 사이트들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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