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는 해마다 연말이면 高聲(고성)지르기 경연대회가 열린다. 지난 1980년대 초부터 이어져온 이 대회는 극도로 화나거나 놀랐던 일들을 떠올려 고함치게 유도한다. 그 결과 音量(음량)과 전달력'내용 등을 평가해 시상하는 이색적 이벤트인 셈이다. 기침약 제조업체가 후원하는 이 대회가 오랜 연륜에도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는 건 소리를 질러 한 해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AP통신이 최근 세계 주요 1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1위였다고 한다. 40대 남성 사망률 세계 1위라는 얼마 전의 불명예에 雪上加霜(설상가상) 혹 하나를 더 붙인 격이다. 지금도 노무현 대통령의 '폭탄 발언'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지만, 계속 증폭돼온 정치'사회적 불안'불만 요인들이 분출구를 찾지 못해 부글거리다가 그 화살이 개인의 마음에 꽂힌 탓은 아닐는지….
○…사실 우리는 올해 내내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多事多難(다사다난)'을 안고 살아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게다. '부동산 광풍' '세금 폭탄' '북한 핵실험' '게이트, 또 게이트' '바다이야기 해일' '론스타와 제이유 사건' 등에다가 세밑은 어떤 판국인가. 그저께의 대통령 발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은 우리를 불안케 하기만 한다.
○…40대의 병원 이용이 5년 새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40대는 평균 13.5일 병'의원을 방문, 2001년에 비해 20.6%나 증가했다. 연령대로는 60대(33.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 현상은 건강의식이 높아진 탓도 있으나 직장 조기 退出(퇴출) 압력 등 경제'사회적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직장인들은 대부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한다. 70%가 넘는 직장인들이 '기회가 닿으면 離職(이직)하고 싶다'이며, 스트레스와 관련한 질병이 생겼다는 사람들도 10명 중 4명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삶이란 어차피 위기의 연속이므로 스트레스는 오히려 삶에 긴장감을 주는 긍정적인 기능이 없지 않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 위험 수위를 훨씬 넘은 오늘의 상황을 넘어설 길은 없을까.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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