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프랑스 컬러리스트 라리사 누리 씨

입력 2006-12-22 07:12:33

컬러리스트(Colorist). 컬러 코디네이터(Color Coordinator)라고도 하며 색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가, 색깔 연출을 통해 이미지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일을 하는 사람, 채색을 특히 잘하는 화가를 이르기도 한다.

이런 정의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벨로루시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리사 누리(47) 씨다. 우선 그는 색채화가이자 색채이론가이면서도 동시에 색채관리사이기도 하다. 29일까지 경북대미술관(053-950-7968)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의 작품을 보면 그렇다. 추상표현주의 작품에서 보듯 화려한 색채와 디지털 작업을 거친 오묘한 형상이 돋보인다. '색채의 하모니와 심포니'로 연출된 장관이다.

누리 씨의 말로는 "이번 작품을 위해 새롭게 시도해본 기법"이기도 하다. 그는 유화 작품에 단순히 유화물감만 쓰는 것이 아니라 흙을 섞기도, 특수한 천연안료를 쓰기도 한다. 층층이 작업했기 때문에 입체성을 띄는 작품이다. 이는 곧 누리 씨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연을 바라볼 때 느끼는 분위기나 그 깊이감을 캔버스 위에 표현하고 있는 것.

"자연을 자세히 관찰하고 이를 분석한 뒤 개념화 혹은 현실화한다."는 누리 씨는 자신의 작품 속에 '음양사상'에 기초한 '조화'를 담아내려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서는 어떤 형태의 '흐름'이 느껴진다. 이는 '기(氣)의 흐름'과 같은 것으로 '모순'과 '대립'을 통해서도 '조화(harmony)'롭게 공존하는 동양적인 사고를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프린트 작품으로도 이어진다.

누리 씨는 디지털 작업을 위한 대상도 자연 속에서 찾아냈다. '프랙털' 이론에서 볼 수 있듯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많은 단순 무늬, 그것도 주로 대칭적(symmetric)인 무늬를 기반으로 형상을 만들어낸다. 누리 씨는 이를 반드시 자신의 수작업을 거친 뒤 사진을 찍고, 다시 디지털 과정을 거쳐 작업한다. 그래서 "디지털 작업만 거친 결과물과는 다른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26일에는 건축가로서 누리 씨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누리 씨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경북대 조형동 104호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위한 사례연구 회의'에서 기조강연을 한다. 강연 제목은 '도시환경에 있어서 건축에 나타난 색채의 역할'. 회화와 건축, 색채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건축과 조화되는 색채, 도시환경에 적용되는 색채의 이론적 연구와 시공을 해온 그의 역량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내년 4월 파리에서 출간하는 '색채와 건축'이라는 책의 내용을 소개할 예정이다. 자연색상에 바탕한 인공색을 고집하는 자신이 '위장(camouflage)'과 '대비(contrast)'의 개념 사이에서 적용할 수 있는 무한한 색채 조합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이는 '회색의 평면적인 도시 공간'을 '색깔이 다양한 입체적 공간'으로 변신시키는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런 그에게 대구라는 도시의 느낌은 "낮과 밤의 이미지가 대비되는 도시"였다. 화려한 밤이 전해주는 기쁨에 찬 표정 때문이다. 누리 씨는 이런 대구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고 했다. 누리 씨는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이 돌아본 대구라는 공간, 이를 살리기 위한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실례를 들어가며 이야기할 생각이다. 그가 거론한 곳은 향교와 건들바위, 봉산문화거리, 경북대의대 등이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등에도 색을 입힐 수 있다.

누리 씨에게 색채는 무엇일까? 그는 "사고하는 방식"이자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시에 색깔을 입히는 작업은 "항상(all the time)", 그리고 "얼마가 들더라도(all the money)"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일이다. 그의 생각인 대구를 진짜 '컬러풀'하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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