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삼성과 대구…

입력 2006-12-21 09:19:09

대구 시민들이 바라보는 삼성의 모습은 부자 집 이웃이나 땅 많은 사촌 정도로 비춰지지 않을까 싶다. 잘 사는 이웃이나 사촌을 둬 든든하긴해도 실속은 별로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지역민들의 심정은 새 야구장 건립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확연히 드러나곤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전용구장이 될 새 야구장 건립의 필요성이나 추진 상황에 대한 기사가 나갈 때마다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한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시가 앞장서서 새 야구장을 짓는 것에 대다수 시민들이 동의할 듯 했지만 반대 의견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많았다. 돈 많은 삼성이 안 짓는 야구장 건립을 왜 대구시가 추진하느냐는 등 부자 집 이웃인 삼성에 대한 반감이 주류였다.

대구 시민들의 이런 의식에 대해 장병조 삼성전자 구미공장장(전무)이 뼈 있는 한마디를 했다. 20일 20여 명의 대구시 출입기자들을 공장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장 전무는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의 화려한 모습(올해 매출액60조 원 예상)을 자랑한 후 "시민들이 기업친화적인 의식을 갖지 않으면 대구는 큰 그림(경제 위기에서 탈출하는 돌파구)을 그릴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전무는 얼마 전 모 대구시의원이 경북대에 들어설 모바일테크노빌딩에 삼성전자가 참여하는 것을 놓고 특혜라고 말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곳에 입주를 유도하려는 삼성전자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지자체가 안간 힘을 써도 기업을 유치하가 힘든 실정인데 특혜라는 말을 하면 누가 투자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특혜라는 말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용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장 전무는"구미의 삼성전자 직원 2천여 명이 대구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대구는 삼성전자의 생활권"이라고 강조하면서 "이수빈(성주) 삼성생명 회장, 윤종용(영천) 삼성전자 부회장, 자신(경산) 등도 지역 발전을 위해 그룹 내에서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에 더 이상 침묵할 수가 없었다."며 기자들을 초청한 배경까지 밝혔다. '부자 집 이웃을 가까이 해야 대구가 살 수 있다.'는 장 전무의 충고를 들어야 하는 대구의 현실이 비참하게 다가왔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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