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t짜리 은성1호에 몸을 싣고 제주 서귀포항을 출발한다. 겨울답지 않은 선선한 바람이 제주가 남쪽 땅임을 실감케 한다. 선상낚시 체험에 나선 일행의 얼굴에서 설렘이 묻어난다. 모두 전문 낚시꾼은 아닌 터여서 처음으로 나선 바다 낚시에 묘한 긴장감과 더불어 어떤 고기를 만날지에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항구를 조금 벗어나자 파도가 제법 뱃전을 때린다. 승선자들이 긴장한 표정을 짓자 은성1호 선장 한성국 씨는 "이 정도는 파도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잔잔한 편"이라며 "옆에 있는 배가 보이지 않을 정도여야 제주 사람들은 파도가 친다고 한다."고 일행을 안심시킨다.
항구를 벗어나 10여 분 정도 걸리는 바다낚시 장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갈매기가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배를 졸졸 따라온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미항(美港)인 서귀포항의 아름다운 모습과 제주 해안의 이국적인 풍광에 일행의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잠시 후 은성1호는 바다 한가운데 닻을 내린다. 드디어 물고기와 즐거운 싸움을 벌여야 할 때다. 오늘의 목표물은 놀래미. 제주 사람들은 어랭이라고 부르는 이 물고기는 해안 인근에 살며, 뼈째 회를 쳐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한 선장으로부터 낚시법부터 배운다. 선상낚시 도구는 줄낚. 연날리는 도구인 얼레에 낚싯줄이 감겨 있고, 줄 끝에는 두 개의 바늘과 추가 달려 있다. 미끼는 냉동 새우. 새우 한 마리씩을 두 개의 바늘에 각각 끼워 바다에 드리운다. 추의 힘에 따라 10여m가량 들어가자 낚싯줄은 더 이상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바닥에 추가 닿은 것을 확인한 후 낚싯줄을 30cm 정도 들어주는 게 이 낚시의 포인트. 바닥에 깔린 바위와 모래 사이를 유영하는 놀래미를 유혹하기 위해서다.
낚시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놀래미 낚시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 낚싯줄을 드리우자 금세 새우를 먹으려는 놀래미들의 입질이 느껴진다. 입질을 하는 순간에 맞춰 낚싯줄을 잘 낚아채는 게 요령. "이때다." 싶어 낚싯줄을 당긴 순간 손에 제법 묵직한 감이 전달된다. 줄을 당기자 파란 바닷물 속으로 빨간 고기가 눈에 들어온다. 손바닥 크기에, 자태가 고운 놀래미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일행의 낚싯줄에도 연방 놀래미가 달려 나온다. 제주 사람들이 구문쟁이라 부르는 작은 줄돔도 선을 보인다. 30여 분도 안 돼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가 20여 마리에 달한다. 잘 잡히는 편이라는 게 한 선장의 얘기. 배멀미를 걱정하던 일행은 잇따르는 놀래미의 출현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선상낚시의 또 다른 묘미는 바다 한가운데서 회를 맛볼 수 있다는 것. 손바닥만한 놀래미와 구문쟁이를 선장이 정성들여 회를 쳐낸다. 뼈째 도마 위에 썰어 놓은 회 한점을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자 차진 맛과 함께 바다 내음이 입안에 가득하다.
제주 바다 낚시는 3가지 맛을 안겨준다. 범섬과 같은 제주의 아름다운 섬들, 해안의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투명한 바다는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 놀래미 등 제주의 물고기들은 낚시를 하는 사람들에게 짜릿한 손맛을 선사한다. 마지막 하나는 바다 내음이 느껴지는 회의 맛. 1시간 30여 분에 걸친 바다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제주에서 또 다른 즐거운 추억거리를 간직하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 선상낚시는=요즘은 놀래미 등을 잡는 해안낚시와 마라도 등지까지 가서 방어나 부시리를 잡는 먼거리 선상낚시로 구분된다. 놀래미 낚시는 1시간 30여 분 정도 걸리며 사람 수에 관계없이 배 하나를 빌리는 데 10만 원이 든다. 여기에 미끼인 새우와 소주 등을 사는 데 2만 원이 추가된다. 4, 5명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잡은 고기는 선상에서 먹을 수 있고, 배에서 내려 인근 식당에 가면 1인당 5천 원씩을 지불하면 회나 매운탕으로 식사도 가능하다. 방어낚시는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며 60만 원가량 경비를 들여야 한다. 한 사람이 3~5마리 정도의 '대물'을 잡을 수 있으며 짜릿한 손맛을 만끽할 수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