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본과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정일하(61·대구 달서구 이곡동) 씨는 최근 '한 통의 편지'를 받은 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아들이 모 시중은행 대구시내 한 지점으로부터 이른바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아 2천만 원을 써버렸으며, 이자까지 연체하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아무리 은행들이 대출할 곳이 없어 고민이라지만, 소득도 없는 대학생에게 거액을 대출해주는 것이 말이 됩니까? 아무리 의대생이지만, 지금 당장 제 손으로 한 푼도 못 버는 아이인데 부모 허락도 안 받은 채 무담보, 무보증으로 대출을 해주다니, 기가 막힙니다."
그는 아들의 동료 학생 수십 명도 이 대출을 받았다며, 은행이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영업을 일삼는 과정에서 아들 외에 또 다른 피해가 걱정된다."고 발끈했다.
일부 은행이 소득 없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대출영업에 나서면서 '사고'가 불거지고 있다.
최근 '우량기업'들이 돈을 빌리지 않고 내부 유보를 늘리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돈 놓을 곳'을 찾기 힘들어하는 가운데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으로 금융권 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정 씨의 아들이 돈을 빌린 모 시중은행 대구시내 한 지점은 공식적으로 의대 본과생들을 대상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해주는 영업을 해왔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학교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의대 본과생들에 대한 상품을 게시하는 등 정상적으로 영업을 한 것"이라며 "의대생은 곧 소득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고, 실제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버는 경우도 많아 연체가 생긴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의과대학생은 미래의 가장 확실한 고객이라 은행들이 '미래 우수 고객'의 선점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며 "최근 기업들이 은행돈을 빌리지 않는 등 은행이 돈 빌려줄 곳을 찾지 못해 개인고객에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이런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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