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가 치르는 수시와 정시모집 논술고사는 교육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2008학년도부터 시행될 통합논술의 형태나 논제의 다양성, 제시문의 수와 교과 연관성, 난이도 등 여러 측면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치러진 수시2학기 논술고사는 일단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겠다는 서울대 논술고사의 취지에 부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삼국사기에 실린 호동왕자 이야기와 김부식의 비판을 제시문으로 준 뒤 삼국사기를 다시 편찬한다는 입장에서 김부식의 글을 다시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조건으로 △딜레마의 형태로 문제를 정의하고 △호동과 김부식에게 나타난 가치관과 가치 실현 방법을 비교 분석하고 △김부식의 글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라는 세 가지를 만족시키라고 요구했다.
문제가 공개되자 가장 먼저 분석된 것은 난이도였다. 제시문이 평이한 반면 조건이 까다로워 대학이 요구하는 답안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제시문을 이해하는 것보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수험생 자신의 의견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동안 6, 7개의 어려운 제시문을 이해하고 비교, 분석하는 통합논술 예시문제가 많아 부담을 느꼈던 학생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제시문에서 쓸 거리를 찾아내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다. 제시문을 중심으로 한 논술 공부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이번 서울대 논술고사는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려는 대학의 의도가 어떻게 나타날지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평소 어떤 종류의 글을 읽든 저자의 시각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 내용을 되씹는 자세, 단순한 상황일지라도 다른 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수시 논술고사만으로 내년도 논술의 형태를 속단하기는 힘들다. 지금까지 서울대는 수시 논술에서 이번과 같이 평이한 제시문을 주는 게 보통이었고, 정시에서는 여러 개의 참고문이나 사례, 자료 등을 제시한 뒤 논증 능력을 평가해왔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치러질 정시모집 논술고사에서 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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