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급증에 "악"…구청 살림살이 실태

입력 2006-12-19 10:12:25

'늙은 나라 한국'.

우리나라가 출산율 세계 최저, 고령화율 세계 최고로 홍역을 앓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태 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은 205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37.3%를 차지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가임여성(15~49세)이 평생 출산하는 자녀 수의 평균인 '합계출산율'도 1983년 2.08명에서 지난해에는 1.16명으로 크게 줄어 이미 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했다. 대구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 전체 인구 251만 6천59명(2006년 6월 말 기준)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만 631명으로 7.97%에 이르고 있고, 합계출산율(2005년 말 기준)도 부산 0.88명, 서울 0.92명에 이어 0.99명으로 전국에서 3번째로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경로승차요금>일반사업비

"긴축 운영이 절실합니다. 예산 절반이 사회복지분야에 편성돼 도로건설 등 신규투자 사업은 전혀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주민 숙원 사업은 꿈도 못 꾸고 있는 실정입니다."

구청마다 복지 예산에 밀려 신규 도로 건설이나 청사 신설 및 이전, 도서관 건립 등 숙원 사업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한 구청 간부는 "고령화나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데 복지 예산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어서 자꾸 늘고 있다."며 "해마다 연말이면 각종 도로 신설 등 사업 때문에 가장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던 건설과가 최근엔 가장 일찍 퇴근하는 부서가 됐을 정도"라고 했다.

대구 동구청의 경우 내년 65세 이상 노인(3만 6천636명)에게 지원하는 '경로승차요금'의 총액 45억 7천만 원 중 절반인 22억 8천만 원이 구비 부담이다. 북구청 역시 23억 1천만 원 정도를 내놓아야 하는데, 이는 구청 14개 실·과의 자체 일반사업비보다 5억 원이나 많다.

구청 관계자는 "경로승차요금은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에 관계없이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무조건 1인당 분기별로 3만 1천200원을 지원하는데 상대적으로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기초자치단체엔 구비 부담을 줄여주거나 차등지원해주고 아니면 전액 국비, 시비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육료 한숨

대구 북구청은 내년도 보육료 지원 예산으로 157억 4천600만 원을 책정했다. 다른 구·군보다 보육시설이 많고 지원 대상도 크게 늘고 있기 때문. 북구청 사회복지과 한 담당자는 "북구 칠곡 등지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 젊은층 인구가 많고 보육시설도 많아 지원금 규모가 다른 구·군에 비해 큰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북구의 영·유아보육시설은 모두 300곳. 이 중 저소득가구의 보육료 지원대상은 모두 8천977명으로, 지난달 말까지 209억 6천여만 원이 보육료로 지급됐다. 반면 수성구는 보육시설이 184곳에 지나지 않아 4천411명에게 78억 2천만 원이 지원됐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가난한 기초자치단체는 각종 지원금 때문에 빈곤에 허덕이고, 부유한 기초자치단체는 세금 수입 등으로 더 부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6년간 대구 북구, 수성구의 '연령별 인구현황'을 분석한 결과, 보육료가 지원되는 만 7세 이하 아동은 북구가 월등히 많다가 취학아동부터 '인구역전 현상'을 보였고, 취학아동을 둔 인구도 35세를 전후로 해 수성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그래프 참조)

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 구청 인구현황 담당은 "30대 가장이 각종 보육료 등을 지원을 받다가 아이가 크면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옮겨가고, 50대 후반이 되면 집값이 싸고 학군이 필요없는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와 고령자에 대한 각종 수당, 연금 등을 재지원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곤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혼율 증가->출산율 저조'가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인 만큼 무엇보다 결혼을 장려할 수 있는 보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고, 고령화 복지 문제는 노인들이 일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통로를 마련해 해결해야 한다."며 "무차별적인 복지 투자에 앞서 대구의 인구 특성을 먼저 분석해 자료를 모으고 이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