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팔아 10년째 봉사활동'…김옥선 할머니

입력 2006-12-19 08:44:22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아닌교? 내년부터 다시 시작해도 30년은 더 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5년차 붕어빵 장수 김옥선(72) 할머니는 벌써 내년이 기다려진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이제 시작'이라는 김 할머니는 내년엔 좀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날 작정이다. 지금은 육종임(72) 할머니 한 사람과 인연을 맺고 있지만 내년엔 어렵게 사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나 도움을 줄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이에 김 할머니는 붕어빵 장사 외에도 시간 나는 대로 파지나 고철을 주워 이들 밥상에 반찬 한 가지라도 더 올릴 계획이다. 이러한 모습은 김 할머니의 어제, 오늘이고 또 내일이다.

김 할머니의 하루는 오전 4시 붕어빵 장사 준비와 육 할머니에게 가져갈 반찬, 과일 등을 챙기는 일로 시작된다. 김 할머니는 붕어빵 준비를 마치자마자 대장암 수술 후 홀로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 육 할머니를 찾는다. 매일 아침 육 할머니네에 들러 아침을 챙겨주고 말끔히 방 청소를 한 뒤 손수레를 끌고 붕어빵 장사에 나선다. 육 할머니와 가족같이 지낸 지도 벌써 2년째다.

중구 동인동의 한 좁은 골목. 해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이곳에 전을 펴는 할머니는 오늘도 언제나처럼 빨간 모자에 빨간 앞치마를 두른 채 붕어빵을 판다. 꽁꽁 언 발을 녹여가며 쉬는 날 없이 한 달 내내 일해도 벌어들이는 수입은 20만 원 남짓. 파지나 고철을 주우러 다니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배고파 붕어빵 곁을 기웃거리는 아이들에게까지 공짜로 붕어빵을 주다 보니 언제나 밑지는 장사다.

할머니가 '강행군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은 건강 덕분이다. 스무 살이 되던 해 군대에 자원입대한 할머니는 7년간 군 생활을 했다. 전역 후 할머니는 전국 각지를 돌며 결혼도 잊은 채 일에 열중했다. 손수레를 끌며 포장마차를 하기도 했고 강원도 속초에서 오징어잡이 배를 타기도 했다.

온갖 일로 생계를 꾸려갔던 할머니는 10년 전부터 몸이 불편한 노인을 돌봐주는 봉사를 해오고 있다. 할머니는 "내년엔 짬짬이 시간을 쪼개 파지나 고철을 줍는 등 최대한 돈을 모을 것"이라며 "나이 70세가 넘도록 건강한 것은 하늘이 준 선물인 만큼 내년엔 제 2의 삶을 산다는 생각으로 더욱 많은 이들과 만나 삶을 같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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