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은퇴 투어 마지막 공연 막내려
이 땅에 록 음악의 씨를 뿌린 '거인' 신중현(66)이 '잠들지 않는 기타'의 감동을 남기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신중현은 17일 오후 7시10분부터 2시간30분 동안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더 라스트 콘서트-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 서울 공연을 화려하게 마무리, 전국을 돌며 펼친 역사적인 은퇴 투어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는 7월 인천 공연을 시작으로 9월 대구, 10월 제주, 12월 광주 등 은퇴 투어를 펼쳐왔다.
이로써 대중은 앞으로 공연 무대에서 신중현의 연주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신중현은 최근 인터뷰에서 "은퇴 콘서트 뒤로는 실물로 앞에 나서서 하는 공연은 그만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공연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신중현은 1부에서 약 45년간의 음악 인생에서 대중을 감동시킨 불후의 명곡 14곡을 직접 기타 연주와 보컬로 소화했다. 40인조 오케스트라인 강성일 악단의 반주에 맞춰 계속된 노래는 고전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1964년 신중현이 그룹 '에드훠(Add 4)'를 통해 처음 대중에게 발표한 '빗 속의 여인'이 첫 곡을 장식했다. 도입부 간주에 이어 보컬이 일부 흐른 후 흰색 바탕에 줄무늬가 있는 양복을 입은 신중현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4천여 명의 팬은 열렬한 박수와 환호로 그를 환영했다.
매곡 전후 해당 곡에 얽힌 사연을 전한 그는 '커피 한 잔'을 들려 준 후 "1960년대 초반부터 우리 대중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곡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면서 "여자가수로서는 최초로 히트한 곡"이라며 다음 곡 이정화의 '봄비'를 소개했다.
신중현은 에드훠에 이어 조커스, 덩키스, 퀘스천스 등 그룹을 조직해 한국 땅에 '그룹 사운드'와 '록 음악'을 정착시켰다. 그러면서 펄시스터스, 김추자, 장현, 박인수, 장미화 등에게도 곡을 줘 그들을 스타덤으로 끌어올렸다.
이와 관련해 그는 "김추자도 내가 픽업했는데 스타가 됐다"면서 '월남에서 온 김상사'를 소개했다. 흥겨운 리듬이 전해지자 객석의 분위기는 고조되기 시작했다.
'거짓말이야'에 대해서는 "김추자가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그가 무대에서 손을 흔드는 것이 간첩과 사인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1부의 분위기는 마지막 2곡인 '리듬 속에 그 춤을'과 '아름다운 강산' 때 최고조에 달했다. 두 곡을 부를 때 신중현은 기타 연주보다는 보컬에 주력했으며, 관객은 박수는 물론 노래를 따라부르는 등 열광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2부에서는 신중현에 대한 후배들의 헌정무대가 마련됐다. 신효범은 펄시스터즈의 '님아'를 비롯하여 '난 널 사랑해'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를 열창했고, 이어 인순이도 펄시스터즈의 '첫사랑'과 함께 '열정'과 '친구여'로 신중현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신효범은 "요즘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우리 대중문화에서 신중현 선생님의 음악은 우리가 위로받을 수 있는 한 부분"이라고 말했고, 인순이는 "신중현 선생님의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거짓말' 등을 반주 없이 즉흥적으로 부르기도 했다.
3부는 신중현이 공을 들이고 있는 '한국적 록'의 진가가 구현된 무대였다. 1부에 비해 다소 무거운 록 음악 위주였다. '봉우리' '돈' '요강' '대나무' 등 한국적인 정서와 리듬을 담은 곡이 청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공연은 3부 마지막에 마련된 신중현과 그의 아들 대철(기타) 윤철(기타) 석철(드럼) 형제와의 합동 공연에 다다르면서 하이라이트로 치달았다. 신중현은 한국 음악계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아들 3형제와 함께 '내가 쏜 위성'과 '미인'을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특히 신중현은 스스로 베이스 기타를 잡고 아들들의 화려한 연주를 뒷받침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공연을 끝으로 무대 위의 신중현의 기타는 잠들게 됐다. 하지만 록을 사랑하는 대중의 마음과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 속에서는 그의 연주가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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