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의 김상화(66) 회장은 회사에 돈 있으면 가만 놔두질 못했다. 돈 생기면 국내든 국외든 가리지 않고 투자를 했다. 1984년 작은 인공피혁 제조업체로 시작했던 백산양행이 (주)백산 등 7개의 중견기업을 거느린 그룹으로 발전한 것도 이 같은 김 회장의 공격적 경영 때문.
김 회장은 "기업은 투자를 않으면 생명이 정체됩니다. 백산은 매년 투자를 않고 그냥 지나간 적이 없습니다. 한 해에 해외공장을 두 개나 지은 적도 있습니다."라며 자신만의 투자론을 설명했다.
김 회장의 투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 스포츠용품 업체인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80%가 넘는 인공피혁을 수출하는 (주)백산은 올해 베트남에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3월이면 정상가동된다. 현재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현지공장을 갖고 있으니 해외 세 번째 공장인 셈. 나이키와 아디다스 공장이 전부 중국 동남아에 집중돼 해외투자 확대는 불가피하다.
공업용 부직포를 생산하는 백산린텍스에 대한 김 회장의 투자는 더욱 야심차다. 주로 메디칼용으로 쓰이는 스판레이스 생산을 위해 충북 오창공장에 라인 3개를 증설하고 있다. 2천400만 달러가 투자돼 규모도 만만찮다. 김 회장은"당초 대기업인 코오롱 등에서도 스판레이스 라인 설치를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먼저 투자를 했지요. 아마 동양 최대 규모가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충북 진천에 있는 프린트 드럼 생산업체 백산OPC는 공격적 투자로 이미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다. 대기업인 삼성전기도 포기한 재생 프린터용 드럼 시장에서 백산은 25%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일본시장은 65%를 점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와 후지전기 등 대기업에서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 신용 하나는 좋습니다. 어디서 건드려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라고 자랑했다.
기업투자를 성공으로 이끈 김 회장과 마주하고 있어서 그런지 대구·경북의 투자여건이 궁금했다. 대구, 경북에 투자할 의향은 없느냐고 물었다. 김 회장은"지방에 기업이 단독으로 가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사람들이 오지를 않습니다. 기업이 투자를 하려면 새로운 기술과 설비를 들여놓아야 되는데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안 오면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유관기관이 함께 가야 됩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대구섬유의 가능성은 아주 높게 평가했다. 그는"대구는 섬유가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대구사람들은 봉제사업이 안 된다고 섬유가 끝났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산업으로 따지면 봉제는 조립인데 핵심은 부품과 본체 아닙니까? 대구 섬유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있는 극세사(極細絲) 섬유에 첨단 기술로 가공, 염색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경북 성주가 고향인 김 회장은 소령으로 제대한 군 출신. 김 회장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군이나 공무원 출신 중에는 사업을 하다 퇴직금만 날리고 망한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김 회장은 달랐다. 항상 기업현장에 머물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까에만 신경을 썼단다. 김 회장은"내 노력도 있었지만 상당 부분 운이 따랐습니다. 지금은 조상의 음덕이라고 생각하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97년 말 터졌던 IMF 외환위기는 다른 사람에게는 위기였지만 김 회장에게는 기회였다. 달러 값이 뛰는 바람에 98년도 한 해에만 200억 원을 벌었다. 제품 전량을 수출하는 수출 전문기업이었기 때문.
김 회장은 지금도 서울 사무실 대신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의 공장에서 생활한다. 직원들과 호흡을 같이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런지 제품개발과 관련한 전문분야도 아직 김 회장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 개발실장이나 생산본부장도 김 회장 앞에서는 쩔쩔맨다고 했다. 김 회장은"스판레이스 라인투자에서 대기업이 저한테 진 것도 그 회사 회장이 공부를 저만큼 안했기 때문입니다. 돈만 있다고 기업이 되는 게 아닙니다. 기업하는 사람은 늘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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