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눈물·보람 빼곡히...내년엔 기쁨만 가득했으면"

입력 2006-12-16 16:12:39

(1)슈퍼마켓 운영 박우석 씨의 매출일지

대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박우석(41) (주)우리마트 대표. 컴퓨터에 기록된 그의 올 한해 매출일지는 한숨과 눈물로 얼룩져 있다. 연중 경기가 침체된데다 '공룡'인 대형소매점의 시장 잠식이란 두 악재로 장사가 잘되지 않았기 때문.

"슈퍼마켓이나 식당 등 이른바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2006년은 '악몽의 해'였다고 봐야지요. 매출이 작년보다 20~30%정도 줄었습니다."

매출일지를 찾아보니 박 대표에게 특히 올 2월과 9월은 더욱 힘든 시기였다. 적자를 뜻하는 빨간 숫자 일색이었다. 명절 전후여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꽁꽁 닫은 탓. "대형소매점과 같은 규모가 큰 곳은 장사가 계속 잘되는 반면 영세 슈퍼마켓이나 재래시장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어요. 그 덩치에 따라 희비가 유달리 엇갈린 것이 올해의 가장 큰 특징이었습니다."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박 대표는 인테리어를 다시 하고 세일행사를 갖는 등의 대책으로 위기를 넘기려 애썼다. "그나마 매출이 반짝하고 조금 는 적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라고 봐야지요. 슈퍼마켓 경우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으니 손님이 줄 수밖에 없었지요."

힘겨운 2006년을 보낸 박 대표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내년에도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지 못하기 때문. "영세한 곳 가운데 문을 닫는 곳이 많아질 것으로 보여 걱정됩니다. 그나마 전문성과 경쟁력이 있는 곳만 살아남겠지요. 언제쯤에야 덩치가 작은 업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날지…. 참으로 서글픈 현실입니다." 박 대표는 "자영업자들을 실제로 보호하는 법규가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큰 자본이 적은 자본을 모두 잡아당겨 잠식화하는 현실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2)갤러리 기획실장 장주리 씨의 싸이일기장

"지금에서야 올해 같은 해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지난 9월 개관한 메트로갤러리의 장주리(30) 기획실장에게 2006년은 '긴 터널을 막 빠져나온 듯한 힘든 한 해'로 다이어리에 기억된다. 물론 그녀는 특별한 다이어리를 쓰지는 않는다. 대여섯 권의 메모장과 수첩에 생각날 때마다 적어둔 메모가 전부다. 대신 그녀는 싸이월드에 틈틈이 일기를 쓴다. "요즘 일기쓰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대뜸 반문한다.

그녀의 싸이일기장은 공개돼 있었다. 지난 1년 동안의 일기장에는 일과 피로와 스트레스가 빼곡히 묻어나 있었다.

그녀의 일기장을 엿보았다. 장 실장은 새해벽두부터 사직여부를 두고 고민한 흔적을 감추지 못했다. '온종일 누워 있었다. 대단한 감기….'(1월 1일) '설연휴 이후 바빠질 것 같다. 유망작가전, 부스전, 싱가포르전 회의도 해야하고….'(1월 25일) 사표를 낸 날 '드디어 끝을 보다. 속이 시원하다.'(2월 11일)라고 썼지만 4월에는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백수가 돼서 좋은 점은 늦잠 잘 수 있다는 것, 언제나 여행갈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 자신을 위해 투자할 시간이 많다는 것, 오늘같이 비오는 날 방콕할 수 있다는 것….'(4월 4일)이라는 자기위안도 엿보인다.

8월 다시 갤러리로 돌아오기까지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워라.'(5월 18일) 등 적잖은 마음고생의 흔적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대학졸업 후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원없이 쉬면서 여행을 많이 하고 그러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며 운 좋았다고 치부하기도 할 만큼 여유를 찾았다. 9월 이후 그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9월 개관에 맞춰 전시회를 준비하고 이어지는 전시회, 그리고 그림판매에도 신경을 쓰느라 10월 이후 쉬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 오죽하면 "피곤하다."는 말이 입에 붙었을까.

그녀는 "2006년의 3분의 2는 헤맸지만 8월 이후 다시 정착하면서 스스로를 다져가는 시간을 찾았다는 점에서 절반은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서명수기자diderot@msnet.co.kr

(3)CEO 정현분 씨의 수첩

"내년 다이어리에는 좋은 일만 기록했으면 좋겠습니다."

대구 달성공단에 위치한 섬유업체 SK텍스의 정현분(43·여) 대표의 2006년 다이어리는 소박하고 알뜰했다. 정 대표가 부끄러워하며 보여준 다이어리는 주거래업체에서 얻은 것. 그는 "원가절감을 위해 거래업체의 다이어리를 주로 사용한다."면서 "회사 여건이 나아지면 자체적으로 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다이어리는 지역 중소기업의 CEO답게 수주계약과 바이어들의 연락처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다이어리의 1월에는 기업인의 긴박감이 물씬 풍겼다. 원·달러 환율 1천 원 선이 무너지면서 새해 벽두부터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SK텍스는 미국과 유럽 등지로 직물을 수출하기 때문에 환율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의 다이어리에는 하루하루 변하는 환율이 꼼꼼히 기록돼 있었다. '괴롭다. 언제 오르나. 하지만 견뎌내야 한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는 메모가 긴박감을 더했다.

'올해 매출 150억 원 달성.' 그의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 적혀 있는 문구다. 정 대표는 "환율하락 파고와 원자재가 상승 등 악재로 올해 매출은 120억 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의 다이어리에는 나쁜 일만 적혀 있는 것은 아니었다. '12월 1일 수출유공자 감사패 수상'과 '12월 11일 우수중소기업으로 선정'이라는 메모의 필체는 보기 드물게 힘차 보였다.

정 대표는 "내년 다이어리의 앞 페이지에는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가족들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어놨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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