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라 드라우트 지음/ 에밀리 문 옮김/ 오픈마인드 펴냄
요즘 살기 너무 힘들다. 사오정(45세 정년)을 앞둔 기성세대가 아니라, 한창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어야 할 2030세대들이 더 그렇다. 매년 대학등록금은 무섭게 오르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다. 취직을 한다 해도 대다수 일자리는 비정규직이거나 계약직. 그러다 보니 2030세대는 생계를 위해 맞벌이가 필수가 됐다. 맞벌이를 해도 저축한 돈으로 내집 마련은 힘들고, 아이를 갖기도 너무 부담스럽다. 출산율이 바닥을 기는 것은 당연하다.
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면 좀 나아지려나. 천만의 말씀. 일본의 비참세대(1990~2000년 거품경제 붕괴 후 취직 빙하기를 거친 젊은 세대)와 유럽의 천유로세대(대학졸업 후 월 100만 원 남짓 수입으로 살아가야 하는 젊은 세대)가 보여주듯 선진한국으로 가는 우리나라 젊은이의 삶은 지금보다 더 비참해질지 모른다.
그럼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미국의 젊은이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힘겨운 삶과 그 원인을 통렬하게 파헤쳐 놓은 듯한 이 책은 사실 미국 이야기다.
저자 타마라 드라우트(30·여)는 뉴욕 싱크탱크인 데모스의 경제기획프로그램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명문대학 출신 엘리트 여성의 뉴욕 생활은 비참하다 못해 처참하다.
결혼 8년차 드라우트 부부는 월급날을 사흘 앞둔 현재 수중엔 단 1달러도 남아있지 않다. 부부는 거실 소파에 앉아 내다팔 수 있는 물건을 정리하며, "나이 서른에 식비가 없어 세간을 내다팔 줄 몰랐다."고 한숨을 내쉰다. 얼마 안 되는 월급에서 학자금 대출금과 집세, 생활비, 카드 값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힘든 이유는 기성세대들이 지적하듯이 젊은 세대가 방탕하고 게으르고 흥청망청 살아서가 아니라는 것을 경제전문가답게 통계와 자료를 증거로 대면서 반박하고 있다. 오늘날(우리나라 관점에서는 곧 다가올 미래) 젊은이들이 겪는 어려움들은 신경제, 세계화, 정글 자본주의 도입 등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생겨난 장애물이란 분석이다.
부모의 도움으로 고급차를 타고, 비싼 집에 사는 특혜받은 일부 젊은이들을 지켜보는 가난한 부모를 둔 대다수 미국 2030 젊은이들은 우리 젊은이처럼 "세상이 얼마나 더 불공평해져야 고쳐질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더 심각한 것은 빈익빈 부익부의 계층간 격차가 대를 이어 세습된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희망의 대안을 제시하게 마련이다. 이 책은 개인적 노력과 대처 방안을 제시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젊은이들이 정치참여를 통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절망의 세상을 희망의 시대로 바꿀 수 있는 대안은 뭘까? (228쪽, 1만 1천 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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