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씨 '정계 복귀' 무슨 소리인가

입력 2006-12-15 11:21:46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다시 정치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 한다. 그의 측근은 "이 전 총재가 내년부터 비좌파 대연합 결성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본인도 부쩍 잦아진 강연에서 "좌파정권이 다시 집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의욕적이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까지 비판하며 정계 복귀 비판도 개의치 않겠다고 밝혔다. 2002년 대선 패배 직후 눈물을 흘리며 국민 앞에 선언했던 자신의 정계 은퇴를 뒤집는 言動(언동)이 아닐 수 없다.

이 전 총재는 올 초만 해도 "나는 죄인이다. 다시 현실정치에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던 사람이 심경에 변화를 일으킨 것은 무슨 생각 때문인가. 表面(표면)상으로는 현 정권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한나라당을 돕겠다는 거지만 딱히 그것 때문인가. 그의 정계 복귀 소식은 '좌파정권 저지'를 명분으로 삼아 결국은 出馬(출마)하는 분위기를 잡아나갈 것이라는 추측을 돌게 하고 있다. 세 번의 대권 도전 끝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번복하고 집권에 성공한 김대중 씨가 '역할 모델'이라고 주변에서 열심히 부추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는 그런 伏線(복선)을 깐 정치 활동 재개라면 그만두는 게 옳다. 이미 두 차례나 모든 것을 평가받았고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 나라의 원로로서 조용히 훈수를 두는 것은 모르나 다시 대권에 욕심을 내는 것은 새로운 인물과 비전을 바라는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退行(퇴행)이다. 그러잖아도 최근 3김씨가 국민의 시선 앞에 어른거려 거북살스러운 마당이다. 미숙한 정권이 '박정희 신드롬' 같은 정치적 復古(복고)를 부르고 있다고 이 전 총재까지 덩달아 나설 필요가 있겠는가. 다음 대선은 새로운 사람들의 몫으로 두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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