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계단에 걸린적 없나요?"…기준 잘 안지켜

입력 2006-12-15 09:05:58

"당신 아파트 계단 높이는 어떤가요?"

수성구청은 지난 12일 만촌동 한 아파트 건설사에 '1층으로 올라가는 지하주차장 첫 계단 높이를 낮추라.'는 이색 공문을 발송했다. 대구 최초의 계단 높이 시정 공문의 사연은 이렇다. 이달 초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올라오던 한 입주민이 첫 계단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 몸 곳곳에 찰과상을 입은 이 입주민은 단순한 사고로 넘기지 않고 계단 높이를 유심히 살폈다. 관찰 결과 발이 걸린 첫 계단 높이가 다른 계단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발견한 것. 다른 계단 높이는 모두 16㎝인데 첫 계단만 23.7㎝나 됐고, 설계도면(17.5㎝)에 비해서도 6.2㎝ 더 높았다.

건설교통부 질의를 통해 보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그 결과 '노약자 및 입주민 안전 등을 고려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 16조 1항은 모든 아파트 계단 높이를 20㎝ 이하로 명시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입주민은 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시공, 감리, 준공 단계를 모두 거쳤는데 어떻게 단 한번도 계단 높이를 점검하지 않았느냐는 것. 이제라도 준공검사자인 수성구청이 나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청은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고, 점검 결과 아파트 계단 높이가 입주민의 주장 그대로임을 확인했다. 이에 구청은 오는 20일까지 설치기준 위반과 관련한 경위서 및 조치 결과를 제출할 것을 아파트 건설사에 통보하게 됐다. 건설사는 "시공 실수"라며 "당장 시정하겠다."고 해명했다. 위에서부터 밑으로 단 높이를 계산하다 보니 최하층 마지막 계단의 경우 좀 높아도 그대로 둔다는 것. 그러나 다른 건설업자는 "시공 실수를 보완하는 감리, 준공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민들만 모를 뿐 다른 아파트 계단 높이도 법과 다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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