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 "매 세트 이긴다는 자신감 충만"

입력 2006-12-15 08:38:11

'컴퓨터 세터'의 전성 시대가 왔다. 올해 소속팀 현대캐피탈을 10년 만에 프로배구 정상으로 이끈 뒤 처음으로 맡은 국가대표팀에서도 깔끔한 3연승으로 2006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에 안긴 58번째 금메달. 번번이 중국 앞에서 무기력하게 쓰러졌던 한국의 모든 스포츠가 한꺼번에 분노를 토해내는 듯 했다.

거포들은 코트를 찢을 듯 스파이크를 뿜어냈고 네트 앞을 서성거렸던 200㎝가 넘는 중국의 '인간 기중기'들은 힘없이 무너졌다.

'공룡' 중국이 두말 할 나위 없는 이번 대회의 종합 우승국이나 폐막 하루를 앞둔 이날 배구에서 거함 중국을 화끈하게 격파한 한국이 챔피언이 된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 중심에 김호철 감독이 있었다.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중국 선수들의 그것보다 강했다"며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린 그는 동시에 "앞으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배구 발전을 위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승한 소감은.

▲대표팀을 맡고 1년도 채 안됐는데 우승하게 돼 기쁘다. 선수들에게 고맙고 많이 응원해준 동포들과 언론에 다 감사한다.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았고 세계선수권대회 때 가슴이 많이 아팠다. 앞으로는 계획성 있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중동의 배구가 많이 발전해 이제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승을 장담하기 힘들다.

--오늘 승리의 원동력은.

▲매 세트마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하게 우리가 (공수) 포맷을 바꾸면 상대도 바꾸는 일이 자주 일어나 상대 감독을 보고 웃기도 했다. 우리가 연구한 대로 경기가 풀렸다.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중국 선수들의 그것보다 강했다.

--신진식을 데려오기 잘 한 것 같다.

▲신진식이 마지막 투혼을 발휘해줬다. 몸이 좋지 않았는데 최선을 다해 뛰어줬다. 신진식을 대표팀에 보내준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에게 고맙다.

--프로 스포츠의 자존심을 세웠다.

▲우리가 먼저 경기를 시작했다면 안 좋은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모든 것을 어깨에 짊어지고 나섰고 선수들도 잘 뛰어줬다. 프로도 중요하지만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스포츠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기, 비인기 종목을 떠나 골고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경기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집(이탈리아 베네치아 근교)으로 가고 싶은데. 여기서 비행기로 2시간 반만 타면 집이다. 항상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아내와 가족이 내 옆에 없어 안타깝다.

--국가대표 감독으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감독을 맡은 중간에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만두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이번 대회 준비기간으로 50일을 보장 받았는데 그 중간에 세계선수권대회가 있었고 선수들의 교체도 있었다. 또 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이 있었다. 연습 기간이 부족해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아시아는 물론 세계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나 뿐 아니라 다른 어떤 분이 감독으로 오시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국의 전력 분석은 어떻게 했나.

▲오늘 새벽 2시에도 보고, 오전 미팅 때, 경기전 미팅 때 등 총 5번 비디오테이프를 봤다. 2번은 선수들과 나머지는 혼자서 봤다. 감독은 똑같은 비디오 테이프라도 세 번 이상 보고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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