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화해의 기술

입력 2006-12-14 15:49:55

싸움보다 더 중요한 것이 화해의 기술이다. 하지만 대부분 부부, 특히 경상도 남자들은 화해를 모른다. "화해는 무슨 화해? 그냥 며칠 지나다보면 밥상머리에 앉아서 한두마디 시작하고, 그러면 풀리지." 물론 이것도 화해의 방법이다. 그러나 자칫 냉각기가 길어지고, 서로 장기간 신경전을 벌이다보면 수습할 수 없는 감정의 골이 생길 수도 있다. 화해에서 용기는 필수항목이고, 자존심은 제거항목이다. 법원도 아닌데 시시비비를 가려서 무엇할까? 어제 싸운 부부들, 오늘 당장 화해의 손을 내밀어보자.

◇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회사원 황모(37)씨는 불같은 성격이다. 화가 날 때는 앞뒤를 못가리다가 싸움이 끝나기 무섭게 화가 풀리고 후회가 밀려온다. 강씨는 평소 안하던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으로 화해 무드 잡기를 시작한다. 아내는 침대에서 담요를 뒤집어 쓴 채 밖에서 들려오는 설겆이며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에 애써 무심한 척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귀는 쫑긋해진다. 한참동안 시끄럽던 소리가 잠잠해져 궁금하던 차에 슬며시 다가온 남편이 침대에 앉는다. "미안해. 속에도 없는 말을 해버렸어. 늘 고맙게 생각하는데 오늘 왜 그랬는지 몰라. 사랑해." 안그래도 마음이 불편하던 차에 건네오는 화해의 제스처. 하지만 불쑥 손을 내밀었다가는 '속도 없는 여자'로 보일까싶어 짐짓 퉁명스레(하지만 약간의 코맹맹이 소리를 가미해) 답한다. "실컷 자기 혼자 화 내놓고, 이제 와서 미안하다 그러면 다야?"

◇ 나한테는 자기 밖에 없잖아.

공무원 권모(33'여)씨는 스트레스에 민감한 편이다. 업무 스트레스에다 육아며 시댁과의 갈등까지. 역시 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에게 푸념을 늘어놓다보면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나름대로 남편이 애쓰는 것도 알고 있는데 한편 퍼붓기 시작하면 통제가 안된다. 한바탕 악다구니를 쓰고 나면 애꿎은데 화풀이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쓰는 것이 애교작전.

식식거리며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남편을 뒤에서 껴안으며 한마디 건넨다. "나한테 자기 밖에 더 있어? 세상에 믿을 사람이라고는 당신 뿐인데." 못이기는 척 남편은 고개를 저으며 대꾸한다. "목 조르지 마. 숨 막혀. 하나 밖에 없는 남편한테 퍼부으니까 마음이 편해졌어?"

◇ 할 일은 묵묵히

아무리 심하게 싸웠더라도 각자 할 일은 해야 한다. 식사도 차리지 않고 집안도 엉망진창인 채로 내버려두는 아내, 싸운 다음 날부터 매일 술을 퍼마시는 남편. 도무지 간격이 좁아질 여지가 없다. 싸움은 싸움으로 끝나야 한다. 감정이 틀어진 상태에서 자신이 화난 상태임을 아무리 시위해봐야 상대방은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교사인 김모(38)씨는 "신혼 초에는 몰랐는데 아이가 생기고 난 뒤에는 서로 책임을 미루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이 집안이 엉망이 돼버렸고, 감정도 그만큼 상해버렸다."며 "결국 얼마 전 부부싸움 수칙을 만들게 됐는데 그 중 마지막이 '아무리 화났더라도 할 일은 하자'는 것"이라며 고 말했다.

◇ 이건 금물

지난 여름 부산에서 벌어진 일. 남편 박모(42)씨는 보름 전 아내와 생활비 문제로 부부싸움을 한 뒤 화해를 청했지만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인을 마구 때려 갈비뼈 6대를 부러뜨리는 등 전치 7주의 중상을 입혀 결국 구속됐다. 싸움이 끝난 뒤 먼저 화해를 청하는 것은 자존심을 접을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대방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된 상태일 수 있다. "남자가 이 정도 말했으면 풀 줄도 알아야지. 무슨 여자가 그렇게 고집이 세." 이렇게 되면 부부싸움은 화해가 아니라 제2라운드로 접어드는 꼴이 된다. 의류도매업을 하는 임모(40)씨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도 냉담하게 반응하면 부부싸움할 때보다 더 화가 난다."며 "신혼 초만 해도 화해를 시도하려다가 더 큰 싸움으로 번진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적당한 냉각기를 두고 화해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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