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조윤석(가명·43)씨는 최근 고교동창 모임에서 친구와 말다툼을 벌였다. 원인은 종합부동산세. 서울에서 내려온 동창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푸념을 했더란다. "달랑 집 한 채 있는게 무슨 죄길래 이렇게 세금을 때리는지 모르겠다." 이유인 즉은 친구가 살고 있는 강남의 한 아파트 공시가격이 12억 원, 결국 종부세 수백만 원을 내야한다며 한숨지었다. 조씨는 대뜸 "나도 종부세 한번 내고 살아봤으면 좋겠다. 그 정도 재산을 갖고 있으면 누리는만큼 세금 내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거들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내가 무슨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가만히 앉아있는데 집값이 올라버린 것을 왜 내가 세금을 내야하느냐?"고 반박했다. 결론이 날 수 없는 말다툼. 이야기는 결국 '있는 놈이 더하다'는 갑론과 '내가 집 사는데 보태준 거 있냐'는 을박으로 번지고 말았다.
종부세 때문에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매일신문은 홈페이지(www.imaeil.com)를 통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680명이 참여한 가운데 종부세 관련 여론조사를 했다. '국세청은 최근 대구·경북 지역의 1만900여 명(전국 35만여 명)에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했습니다. 여러분은 종합부동산세가 '세금 폭탄' 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292명(42.9%)가 '조세형평에 어긋나는 세금폭탄'이라고 답했고, 383명(56.3%)은 '보유재산에 대한 당연한 세금'이라고 답했다. 전체 종부세 신고대상자 중 대구'경북이 차지하는 비중이 2%도 채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폭탄'이라는 응답치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김중우(가명·50)씨.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김씨는 "종부세가 나왔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말도 못하게 많이 나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통 사람들의 16배가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종부세는 세율 차이가 주택은 최고 3배, 토지는 최고 4배에 불과하다. 김씨에게 세금고지서를 보낸 곳이 국세청인지 구청인지 물었다. "세금은 구청에 내는 거 아녜요?" 하지만 김씨는 잘못 알고 있었다. 국세청이 부과하는 종부세가 아닌 구청이 부과한 재산세를 말한 것이다. 재산세는 일반 건축물에 대해서는 세율이 0.25%에 불과하지만 유흥업소 등 중과대상 건축물은 16배인 4%를 부과한다.
종부세 자진납부기한이 15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공시가격 6억 원 이상 주택, 공시지가 3억 원 이상 토지 소유자에 대한 세금 정도라는 것 밖에. 아직은 그저 '대한민국 1%만의 납세'로 치부할 지 모르지만 올해 급등한 공시가격이 내년에 반영된다면 그 대상은 1%를 훌쩍 넘어설 지도 모른다. 종부세를 해부해보자.
◇대구에선 어느 지역이 많나?
대구지역 종부세 부과대상자는 6천여세대(명). 이 중 동대구세무서(동구·수성구)가 절반 가량인 3천여세대를 차지한다. 나머지 북대구(중구·북구), 남대구(남구·달서구 대곡 및 월성지구·달성군), 서대구(서구·달서구 성서지구·고령군)가 각각 1천여세대 정도. 대구지역에서 종부세 부과대상자가 가장 많은 수성구의 경우 대구지역 집뿐아니라 서울에 집이 있어 종부세 대상이 된 경우가 많다. 대구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지역별로 어느 곳이 얼마나 많은지도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다."며 "다만 수도권은 전체 대상자의 92%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시'군'구별 데이터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최고액을 납부하는 사람(법인)이 누구인지, 그 액수가 얼마인지도 현재까지 비공개다. 다만 지금까지 최고액수는 300여억원이다. 뒤 늦게 이건희 회장인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세청이 발칵 뒤집혔을 정도로 국세청은 철저히 함구하고있다. 국세청이 발송한 안내문에 납부금액이 적혀있지만, 이 금액은 행정자치부가 파악한 자료에 근거해 부과한 금액이다. 이후 변동사항이 있기 때문에 고액 납부자의 경우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자진납부 기한인 15일이 지나야 구체적인 종부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 내년에는 부과 대상이 더 늘어난다?
종부세 대상인원은 지난해 7만4천 세대(명)에서 올해 35만1천 세대(명) 으로 대폭 늘었다. 이유는 종부세법 개정으로 과세 기준금액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주택만 해도 작년에는 1인당 9억 원 이상 주택 소유자였지만 올해는 세대별 합산 6억 원 이상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부동산 공시가격도 올랐다. 지난해 1월1일 공시가격 대비 올해 공시가격(전국평균치)은 공동주택 16.4%, 단독주택 5.05%, 개별공시지가 18.56% 상승했다. 내년에도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대상자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대구는 평당 분양가 1천200만 원을 웃도는 수성구지역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일부 대형 평형대 소유자는 종부세를 내야 한다.
◇ 세금이 10배나 늘었다?
종부세만 놓고본다면 가능한 말이다. 2005년도 종부세가 50만 원인 사람이 올해 500만 원이 부과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세부담 상한제도'를 두고 있다고 항변한다. 전년도 재산세가 250만 원, 종부세가 50만 원인 사람에게 올해 재산세 500만 원, 종부세 500만 원이 부과됐다고 가정하자. 실제 이 사람이 내야할 세금은 1천만 원이 아니라 900만 원이다. 지난해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300만 원인데, 올해 보유세는 그 300%인 9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말이다. 세부담 상한선 300%는 종부세법상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올해만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유지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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