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보건소 장애인 작품전시회 '눈물바다'

입력 2006-12-14 09:50:54

"하루만 더 살았어도 자기 작품이 반듯하게 전시돼 있는 것을 봤을텐데…."

13일 정신장애인 작품전시회가 열린 경산시보건소 정신보건센터에는 전시회 오픈의 설레임과 함께 숙연함이 감돌았다.

'나무와 아이'. 따뜻한 햇살 아래 아이가 나무 옆에서 행복에 잠겨 있는 그림이 김모(44) 씨의 '마지막 잎새'가 된 때문이다.

이 전시회는 경산시보건소 정신보건센터에서 재활교육을 받고 있는 정신장애인 20여 명이 재활프로그램에서 익힌 그림, 서예, 칼라믹스, 펠트·비누 공예 등을 선보이는 자리.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눠야 할 김 씨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새벽 위암으로 끝내 숨진 것이다.

김 씨를 돌봐온 보건소 김묘수 씨는 "정신분열증세로 오랫동안 힘겨운 생활을 하면서도 삶의 의지를 불태우며 재활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왔는데 1년 전부터 위암까지 겹쳐 마지막 작품에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남기고 떠났다."며 연신 눈물을 쏟았다.

정신장애인 임모(40) 씨의 그림 또한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어릴 때부터 정신분열로 고통받고 있는 임 씨는 가지 못한 군대를 경험하고 싶은 내용을 그려 활동적인 삶을 살고 싶은 강한 열망을 표현했다.

정신장애인 재활프로그램 강사로 5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최영미(45·여) 씨는 "삶에 대한 애착과 순수함으로 가득한 이들과의 만남은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한편 경산시보건소(소장 구현진)는 매주 월·수·금요일에 정신분열, 정신지체, 조울증, 알콜중독 등을 앓는 이들을 대상으로 미술, 서예, 에어로빅, 사물놀이, 기공체조, 노래방 등 다양한 재활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경산·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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