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싱이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없이 은 3, 동메달 1개의 초라한 성적표를 내고 13일(한국시간) 모든 경기 일정을 마쳤다.
1970년대 후반과 80년 초반 '효자 종목'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던 한국 복싱이 단 1개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한 채 귀국 비행기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한국 복싱 대표팀은 지난 3일 시작된 경기 첫 날부터 불길한 조짐을 보였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57kg급의 조석환(충북체육회)과 69kg급의 김정주(원주시청)가 1회전에서 동반 탈락, 금메달 사냥길이 가시밭 길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또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 51kg급 챔피언 이옥성(보은군청)마저 8강전에서 중국의 양보에게 불의의 일격을 받아 입상권에도 들지 못했다.
오히려 기대를 받지 못했던 64kg급 신명훈(상무)과 54kg급 한순철(서울시청), 81kg급 송학성(남원시청)이 예상 밖으로 선전, 각각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954년 마닐라대회부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복싱은 첫 대회부터 금메달 3개를 따낸 데 이어 1966년 방콕대회부터 1990년 베이징대회까지 매회 5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1986년 서울대회 때는 12개 전 체급을 석권하며 아시아 복싱 최강국임을 자처했다.
하지만 1994년 히로시마대회에서는 금메달 2개를 따는 데 그치더니 4년 뒤 방콕대회에서는 은 2, 동메달 5개만을 건지는 부진을 겪어야 했다.
한국 복싱은 2002년 부산대회에서 다시 금메달 3개를 따 내며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다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없이 대회를 마감했다.
오인석 복싱 국가대표팀 감독은 "금메달이 기대됐던 선수들이 초반 부진으로 잇따라 탈락해 애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국민에게 미안하고 한국에 돌아가면 부진의 이유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대표팀은 4년 전보다 더 나아졌다. 하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 역시 전력이 더 향상됐다"면서 "아시아 무대가 점차 세계 무대로 접근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몰락한 한국복싱이 되살아나기 위해선 대대적인 재정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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