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범어네거리 일대 '교통대란'

입력 2006-12-13 10:06:14

12일 오전 9시,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출근길 정체가 풀릴 시간이지만 교차로 일대엔 차량 행렬이 수 백m나 이어지고 있었다. 만촌네거리에서 범어네거리까지 1.5km를 가는 데 걸린 시간만 20여 분. 극심한 정체는 오전 10시가 넘어서도 좀체 풀리지 않았다. 출·퇴근길 정체 구간에서 상시적인 정체 구간으로 교통 흐름이 바뀌어 버린 것. 시내까지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정영훈(31·수성구 만촌3동) 씨는 "평소 40~50분이나 걸리던 출근길이 지하보도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1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라며 "하도 막히다 보니 기름값이 더 들더라도 아예 중동교 방향으로 돌아서 갈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앞서 오전 8시쯤 수성구 황금네거리 일대도 밀려드는 차들로 심한 혼잡을 빚었다. 특히 중동교 방면으로 진출하는 차들의 꼬리가 길었다. 출근 시간대가 지나자 도로는 안정을 되찾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 4천256가구에 이르는 롯데캐슬골드파크의 입주가 60%를 넘어서면서 교통 정체도 점차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주민 김모(42) 씨는 "입주 초기에는 20여 분이면 시내까지 갈 수 있었지만 요즘은 5~10분 정도 더 걸리는 것 같다."고 했다.

대규모 지하도 공사를 앞두고 있는 대구 시내 주요 교차로의 '교통대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지하보도 공사가 시작된 범어네거리 일대가 이미 상습 교통 체증 구간으로 변했고, 내년 초 지하차로 공사를 앞두고 있는 황금네거리 일대도 대규모 아파트 입주와 함께 교통 혼잡이 가중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범어네거리의 경우 지난달 시작된 지하보도 공사 여파로 밤낮없는 '교통지옥'으로 변했다. 왕복 10차로에서 2개 차로가 줄어든데다 차로 변경으로 인해 도로의 교통 수용량이 20% 이상 줄었다. 468억 원을 들여 지하철 2호선 범어정거장과 수성구청 사이 371m를 잇는 이 구간은 오는 2009년 11월에야 끝난다. 내년 4월까지 왕복 10개 차로 중 2개 차로씩 옮겨가며 줄파기 작업 등을 마친 뒤 내년 9월쯤 복공판을 깔 계획. 특히 복공판을 설치하는 4~9월에는 3개 차로가 폐쇄될 전망이어서 혼잡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통대란' 우려는 황금네거리도 마찬가지. 대구시가 구체적인 교통소통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범어네거리 지하보도와 같은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방침만 세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10월 말까지 실시설계를 끝낸 뒤 2007년 초 착공, 2009년쯤 완공할 계획이었던 황금지하차로는 아직 구체적인 착공 일정조차 잡지 못해 공기 연장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인근 주민 여론 수렴과 공청회를 거친 이후에 사업에 착수키로 했지만 화성롯데캐슬골드파크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조차 구성하지 못할 만큼 입주율이 낮은 상태"라며 "입주율이 80%를 넘고 주민대표가 선출되면 사업 진행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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