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진출 실패 베어벡호, 집중력 부족에 발목

입력 2006-12-13 07:43:29

결국 대회 기간 내내 문제가 됐던 집중력 부족에 발목이 잡혔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축구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간) 2006 도하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이라크에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20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상 도전은 물거품이 됐고, 이 기간 단 한 번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불명예의 역사에 한 페이지만 더했다.

태극전사들은 대회 시작 전부터 체력적인 부담이 컸고 심리적으로도 크게 위축됨으로써 집중력이 크게 떨어졌다.

선수 차출 갈등으로 인한 소모전이 1차적인 원인을 제공했지만 대회 기간이라도 집중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건 사령탑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베어벡 감독은 이라크전 패배 뒤 "선수 차출로 인한 갈등이 경기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이번 경기 전까지 우리는 완벽한 경기를 했다. 그것에 대해 얘기를 하는 건 변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중력 저하는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으로 8강 티켓을 땄지만 약체인 방글라데시(3-0 승) 및 베트남(2-0 승)전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플레이를 선보였고, 바레인(1-0 승)에는 중거리 슛 한 방으로 신승했지만 기대 이하의 내용으로 사실상 진 게임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나마 속 시원한 경기를 펼친 건 북한과 8강전(3-0 승)이 유일했다.

하지만 북한전 승리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또 다시 조별리그에서 보여줬던 무기력한 플레이를 되풀이했다.

수비수 김치우(인천)와 김치곤(서울), 미드필더 김두현(성남)은 8강전을 전후해 "집중력이 떨어져있는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뚜렷한 처방은 내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북한전에서 '반짝 선전'을 한 게 오히려 예외적인 일이었고 대회 내내 보여준 불안한 모습이 예견됐던 결말로 나타나고 말았다.

베어벡호는 이라크전에서 판에 박힌 측면 공격으로 상대 밀집 수비를 뚫으려 했고, 부정확한 크로스를 남발했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은 스루패스 한방에 결승골을 내주는 허점을 또 다시 드러냈다.

22개의 슈팅과 17번의 코너킥찬스는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반면 후반전에 단 한 개의 슈팅도 날리지 못한 이라크는 전반 다섯 차례의 슈팅 중 하나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상대가 심리전을 펼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도 효과적인 대비를 못한 채 시종 조급한 경기 운영을 한 것도 답답함을 안겨 준 한 원인이었다.

20년 만의 아시안게임 우승 꿈을 앗아간 건 상대 이라크가 아니라 결국 베어벡호의 준비 부족과 안일한 대처였다.

사실 축구대표팀은 출발부터 순탄치 못했다.

지난달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소집한 뒤 대회에 앞서 이란과 2007 아시안컵 예선 최종전, 일본과 올림픽대표팀 간 두 차례 평가전 등을 소화해야 했던 베어벡호는 플레이오프 및 챔피언결정전 일정이 겹친 프로축구와 선수 차출 문제로 마찰을 빚었다.

이란전 이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가진 아시안게임 대비 마지막 담금질은 반쪽짜리 훈련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일부 선수들은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시작 전부터 힘을 뺐다.

러시아 리그에서 활약 중인 수비수 김동진과 수비형 미드필더 이호(이상 제니트)는 방글라데시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당일에야 대표팀에 합류했고, 오른 무릎을 다친 채 대표팀에 합류한 김두현(성남)도 베트남과 2차전부터 뛸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불어넣어줄 여건도 마련되지 않았고 악조건 속에서 집중력을 제고할만한 지도력도 없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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