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 왜 하필 나에게?

입력 2006-12-13 07:57:14

한 친구가 슬픈 일을 당했다. 봄날의 새순같던 자식을 먼저 떠나보냈다. 겨우 열여덟. 사진 속 아이는 통통한 얼굴로 미소짓고 있었다. 그 모습이 보는 이들을 더욱 가슴저미게 했다.

아무리 애닯다 해도 자식 먼저 보내는 것 만큼 애달픈 일이 또 있을까. 먼저 오신 부모가 먼저 가시는 것은 섭리이고, 한 가지의 형제자매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식만큼은 부모 앞서 떠나서는 안된다는게 人之常情(인지상정)이다.

살아갈수록 산다는 게 도무지 만만치 않음을 절감하게 된다. '고통'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면 삶은 그대로 '苦海(고해)'다. 괴로움으로 가득찬 망망대해!

우리 인생은 매순간 선택의 연속이기도 하지만 문제의 연속이기도 하다. 저마다 자기 앞의 문제들로 끙끙 앓곤한다. 갈팡질팡하기도 하고, 더러는 스스로 生(생)의 끈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삶은 흔히 '九折羊腸(구절양장)'으로도 표현된다. 아홉마디로 구부러진 양의 창자마냥 세상살이 꼬불꼬불 시름겨운 일이 많다는 거다. 하기사 이 세상 그 누구도 예외 없는 걸 보면 애당초 인생이란 게 꼬불거리게끔 설계돼 있는가 보다.

기왕 그렇다면, "왜?"라며 거부만 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의 저명 심리상담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스캇 팩 박사는 "인생은 문제와 고통에 직면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와 고통을 피하려는 이 태도가 바로 정신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칼 융이 "노이로제(신경증)란 항상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회피한 결과다" 라고 말한 것과 맥이 닿는다. 스캇 팩 박사는 고통의 문제를 극복하려면 4가지 '기술' 즉 즐거움을 나중에 갖도록 자제하는 것, 책임을 자신이 지는 것, 진실에 헌신하는 것,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서 사역하다 불치병으로 귀국하며 남겼다는 필리핀 출신 페페 신부의 글이 절절하게 와닿는다. "내가 이제야 깨달은 것은/… 삶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아서 끝으로 갈수록 빨라진다는 것/우리 모두는 다 정상에 서기를 원하지만 행복은 그 산을 올라갈때 라는 것…/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모든 진리를 삶을 다 살고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일까?…."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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