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일반분양 전환' 갈등 잇달아

입력 2006-12-12 09:45:46

공공 임대아파트의 일반 분양 전환 과정에서 분양가를 둘러싼 입주민들과 사업자 간의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막상 분쟁이 발생하면 이를 중재할 정책적 대안이 없어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형편이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주공 명곡미래빌(762가구) 임차인들은 달성군청에 임대주택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임대 아파트인 이곳은 임대기간 5년이 지나 일반 분양으로 전환하게 됐지만 대한주택공사가 통보한 분양가가 주민들의 예상보다 높다는 게 이유. 주공은 입주민들에게 19평은 6천500여만 원, 23평은 7천700여만 원을 제시하고 내년 1월 15일까지 분양전환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 임차인은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는데도 주공이 인근 지역 아파트의 시세를 들어 분양가를 산정하는 바람에 분양가가 높아졌다."며 "지금보다 최소한 1천만 원은 낮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에는 경북 구미시 구평동 부영 임대아파트에서 분양전환을 앞두고 입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입주자대표위원회를 구성한 뒤 고분양가에 항의하는 현수막과 깃발을 내거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선 상태. 앞서 지난 2월에도 대구 북구 구암동 한 공공 임대아파트(칠곡그린빌 3단지) 입주민들이 분양전환 가격을 매길 때 표준건축비가 불합리하게 적용됐고 하자가 적지 않다며 분양전환가격 인하와 승강기 교체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주장은 분양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주변 아파트 시가를 토대로 감정 평가를 하기 때문에 주변 부동산 값이 폭등한 경우 실제 재산 가치를 뛰어넘는 평가액이 나온다는 것. 박규창 명곡미래빌 임차인 대표회장은 "임대아파트는 5~10년 전에 지어졌기 때문에 최근의 집값 폭등과 별다른 연관이 없는데도 현재 시가를 토대로 감정평가를 하는 것은 문제"라며 "임대아파트 특성상 맞벌이 부부와 신용불량자, 장애인 등 서민들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해 분양가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공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분양가격의 산정은 임대주택법에 명시돼 있고 입주자 모집 당시 공표한 기초 가격과 별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갈등이 계속되고 있지만 사업자와 입주민들의 분쟁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임대주택 분쟁조정위원회는 '있으나마나'한 신세다. 구·군 조례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와 임대사업자, 임차인 대표 등이 위원회를 구성, 조정안을 낼 수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기 때문. 실제 북구 구암동 칠곡그린빌의 경우 대구에서 처음으로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려 두 차례나 회의를 가졌지만 주공 측이 조정안을 거부해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자가 입주자 모집 당시부터 분양 예정가를 보다 정확하게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입주민들이 미리 분양가를 예상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임재만 대구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아파트의 임차인들의 부담이 커지면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가 건설 원가와 건설 자금 조달에 따른 이자 부담분 등을 토대로 큰 오차없이 분양 예시가를 내놓는 등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분쟁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 주택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대구 지역 임대주택은 3만 5천921가구로 이 가운데 일반 분양을 앞둔 공공 임대아파트는 시영 1천959가구, 주공 1천662가구, 민영 7천232가구 등 1만 853가구에 이른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