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창의성 교육 방법 중에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토론과 글쓰기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사들로서는 여간 고민거리가 아니다. 토론이든, 글쓰기든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주장과 근거를 펼치려면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구 노변초등학교는 이런 측면에서 충실하게 토론과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온 사례로 손꼽을 만하다. 노변초교는 올해 '새로운 생각이 피어나는 교실'을 주제로 창의성 교육을 실시했다.
손일선 6학년 담당교사는 "교과 내용과 진도가 비슷한 동학년 단위로 창의성 수업을 진행한 결과 토론과 글쓰기 영역에서 눈에 띄는 실력 향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6학년 사회교과 토론 활동내용을 보자. '병자호란과 북벌론'을 학습주제로 교사들이 구성한 교안(敎案)에는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끌어내기 위한 진지한 노력들이 숨어 있다.
"역사적인 사실을 알리는 것보다 당시 상황을 분석·비판하고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도록 했지요. 이를 위해서는 토론활동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교사들은 우선 애니메이션 자료와 학생들이 등장하는 뉴스 형식으로 주제에 대한 동기유발을 시도했다. 병자호란의 원인과 결과가 일목요연하게 나타난 애니메이션 자료는 짧은 시간에 역사적인 사실들을 요약하는데 효과적이었다.
다음 과정은 '감정이입'. 북벌론에 대한 찬·반으로 모둠을 나눠 마치 학생 스스로 주화파나 주전파가 된 기분으로 토론을 벌였다. 여기에는 '육색 사고모(자)' 기법이 도입됐다. 육색 사고모는 긍정(노란색), 부정(검정색), 객관(흰색), 주관(빨간색), 대안제시(초록색) 등 사고의 흐름을 색깔에 반영하는 것.
6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민간신앙'은 '계속 지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주제로 인터넷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학생들이 아직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의견을 비교하는 힘이 부족하고 요약력도 부족해 읽기와 쓰기 지도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좋은 토론에 필요한 자료 수집도 학생들 스스로 하도록 했다. 5학년 과학 창의성 수업인 '나도 박사 프로그램'을 보자. 학교 측은 최신 과학 뉴스를 도서관에 게시하고 위험하지 않은 실험기구는 쉽게 만져볼 수 있도록 바구니에 담아 비치했다. 학생 한 명당 한 가지 주제를 정해 탐구하고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글 쓰기는 창의성 교육의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노변초교는 올 들어 매월 두 차례 글쓰기 시간을 가졌다. 매주 금요일 정해진 주제를 학생들에게 제시, 개요를 짜고 글을 쓰게 한 뒤 그 다음 주 토요일 수업 때 발표하도록 했다. 손 교사는 "개요짜기는 5학년 교과과정에 나오지만 6학년이 돼도 간단한 개요짜기를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말은 또박또박 잘 하면서도 글은 논리적으로 쓰지 못하는 것은 연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년 가까운 글쓰기 연습 결과 '주장'만 늘어놓던 학생들도 학기 말이 되자 주장의 근거까지 제법 일목요연하게 제시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손 교사는 "학년에 맞는 글쓰기 형태와 단계별 지도를 통해 글쓰기에 대한 학생들의 심리적인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설문조사 결과 논리적인 글쓰기에 대한 호응도도 높았다."고 말했다.
노변초교는 창의성 교육의 성과를 측정하는 잣대를 개발해 학생과 교사 모두 이용하도록 했다. 학생들에게 자기평가서를 작성하게 해 가정에 보내는 한편, 주제별로 형성평가 문항을 개발해 학생 스스로 실력을 점검해 보도록 했다. 또 교사는 '자기장학 점검표'를 만들고 자신의 수업 내용을 녹음·녹화한 자료를 활용해 수업 개선 자료로 활용했다.
이상도 노변초 교장은 "효율적인 창의성 교육은 먼저 해당 학년의 교과 목표를 성취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며 "이를 위해 창의성 수업은 교과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며 같은 학년 단위로 주제를 선정, 꾸준히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