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샀다' 비난에도 세계챔프도 무릎
아시안게임 육상경기장에서 '오일달러'의 기세가 점입가경이다.
'돈 주고 금메달을 사온다'는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2006 도하아시안게임 육상이 열리고 있는 칼리파 스타디움과 도로 레이스가 펼쳐진 코니시 해안코스에는 연일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의 국기가 올라가고 있다.
처음엔 마라톤과 장거리만 강할 줄 알았더니 이제 중거리까지 먹었다. 그것도 세계 챔피언을 무너뜨렸다.
11일(이하 한국시간) 남자 1,500m에는 '황색탄환' 류시앙(중국)과 함께 이번 대회 육상의 양대 월드스타로 꼽히는 라시드 람지(26.바레인)가 뛰었다.
람지는 지난 해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800m와 1,500m를 동시에 석권했다. 람지의 등장으로 트랙을 지배해온 '중거리의 제왕' 히참 엘 게루즈(모로코)의 시대도 지나갔다는 말이 나왔다.
명실상부한 세계 챔피언이다.
그러나 이날 금메달은 예상을 깨고 카타르의 다함 나짐 바샤이르(28)에게 돌아갔다. 바샤이르는 람지를 0.85초차로 제쳤다.
바샤이르는 지난 해 케냐에서 카타르로 귀화한 대표적인 '오일달러' 용병이다.
그는 "처음부터 지지 않을 걸로 예상했다. 목표는 내년 8월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금메달"이라며 기염을 토했다.
카타르는 남자 마라톤의 무바라크 하산 샤미에 이어 하루에 두 개의 금메달을 육상에서 건져올렸다.
람지도 모로코 출신으로 바레인에 귀화한 선수다.
하지만 경우가 좀 다르다. 2001년 국적을 바꾼 람지는 바레인 정부에서 데려온 게 아니라 스스로 나라를 옮겼다.
람지는 연중 3개월만 바레인에서 생활할 뿐 대부분을 태어난 조국 모로코에서 보낸다.
반면 바샤이르는 작년에 급히 데려와 올해부터 각종 대회에 출전시켰다. 카타르는 비싼 이탈리아 출신 코치까지 붙여줬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귀화한 지 3년이 경과하지 않았더라도 과거 조국에서 대표 선수로 뛴 경력이 없다면 국제대회 출전이 무방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마라톤에서 우승한 샤미도 마찬가지다.
특히 카타르는 자국에서 개최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상당 수의 육상 자원을 케냐 등지에서 사들였다.
이날까지 육상에서 나온 금메달 25개 중 중국이 가장 많은 7개를 가져갔지만 바레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 산유국은 하나 더 많은 8개를 쓸어갔다.
특히 오일달러 용병이 많은 남자부는 13개 중 반이 넘는 7개가 산유국의 몫이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황규훈 전무는 "아시안게임에서 육상의 의미가 점점 퇴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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