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肝이식...가없는 孝心

입력 2006-12-11 10:35:17

"자식들을 위해 늘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 드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기쁘기만 합니다."

여느 고등학교 2학년생 같으면 공부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시간. 송세진(16·포항 대동고) 군은 한 달째 학교에 가지 못한 채 누워 있다. 간경화로 사경을 헤매시던 아버지(47)께 자신의 간을 60%나 떼어 주었기 때문.

세진이가 아버지의 병세를 처음 안 것은 지난 10월 초. 아버지는 10년 전부터 간이 좋지 않아 통원 치료를 받아 왔는데 작년 10월쯤 간이 심하게 손상돼 이식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통보를 받고 1년째 장기 기증자를 찾는 중이었다.

울진 온정면 집을 떠나와 포항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바람에 한 달에 한두 번 다녀 가는 그는 아버지의 중병을 알지 못했다. 공부하는 아들이 걱정할까봐 알리지 말라는 아버지의 엄명이 있었던 까닭이었다. 우연히 삼촌으로부터 아버지 상태를 들은 그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제가 누굽니까? 아버지 아들이잖아요." 세진이는 그때 상황을 담담하게 말했다.

10월 17일 적합 여부에 대해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오는 열흘 동안 마음이 착잡했다. 부적격 판정이 날까 우려해서다. 다행히 적합 판정이 났고 지난달 9일 있은 수술 결과도 좋아 최근에 퇴원, 현재 고향집에서 요양 중이다.

하지만 세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병원비. 부모님은 쉬쉬하고 있지만 수술비만 6천만 원 넘게 들어갔다는 것을 귀동냥해서 안다. 앞으로 치료비도 만만찮게 들어갈 것이다. 당장 돈을 벌고 싶지만 아직 학생 신분이고 몸도 충분한 요양을 해야 하니 마음뿐이다.

아버지는 학교버스 운전기사로 일해 오는 동안 가족을 부양하느라 변변한 보험 하나 들지 못했다. 어머니도 아버지 간호 때문에 식당 일마저 그만뒀다. 누나가 학업을 포기하고 취업전선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세진이는 "그토록 하고 싶은 공부 포기하고 취업한 누나가 고맙고, 병원비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어머니께 아무런 도움이 못 돼 너무 죄송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현재 세진이의 효행이 알려지면서 그가 다니던 포항 대동고에선 '세진이 돕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모금운동과 교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300여만 원의 성금이 모였지만 세진이 가족에겐 아직 많이 모자란다.

세진이 담임 김도영 교사는 "공부 잘하고 효성 지극한 세진이가 다시 밝은 모습을 되찾도록 주위의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움 주실 분. 농협 755074-52-002973(예금주 송성기).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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