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기지 건설비용 얼마나 드나

입력 2006-12-11 09:08:35

미 항공우주국(NASA)이 달에 영구 유인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세상 사람들은 비용이 얼마나 들 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NASA는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예산을 밝히지 않았고 마이클 그리핀 NASA 국장은 "묻지 말라"고만 말하고 있어 궁금증은 더 해 간다.

그는 "사람들이 물어 오지만 사실은 나도 모른다. 우리가 내놓은 계획은 아주 예비적인 구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철두철미한 엔지니어인 그리핀 국장이 상세한 비용을 모른다는 것은 NASA의 예산 체계로 볼 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주 계획은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가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의 진척도에 따라 예산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외부 인사들은 이에 대해 초과지출이나 가격충격, 더 나아가 무한지출을 피할 수 있는 기발한 방식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리핀 국장은 다만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비용은 달에 도착하는 비용보다는 덜 든다"고 만 밝혔다.

지난 해 NASA는 오는 2020년으로 예정된 달 착륙 비용을 1천40억달러로 잡았다. 그러나 여기엔 착륙 이전까지 계속 왕복할 우주선 비용과 기지 건설 및 운영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의회 회계감사국(GAO)은 오는 2025년 까지의 달 탐사 비용을 2천300억달러로 잡고 있다.

그러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달 기지 건설 이후로 구상하고 있는 화성 탐사계획의 비용은 아직 아무도 계산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핀 국장은 달 기지 건설에 별도의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168억달러의 금년도 예산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계획에서 무언가 희생시켜야 할 것이 있다면 목표 시한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메리칸 대학의 공공정책 전문가인 하워드 매커리 교수는 "끝없는 비용으로 다른 모든 예산을 갉아먹던 아폴로 계획과는 아주 다른 현명한 방식"이라고 평가하고 이로써 NASA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인센티브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경우 당초 예상됐던 비용은 170억달러였지만 실제로는 500억달러가 들어 항상 예산초과 논란이 따라 다녔다면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야심적인 5천억달러 예산의 달-화성 탐사 계획을 발표했다가 세간의 충격이 너무 커 철회한 일도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 재정 감시단체 '상식을 지지하는 납세자들'은 달 탐사계획을 예산낭비라고 비판한다.

스티브 엘리스 부회장은 "계획이 있으면 예산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돈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집을 짓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 지 모른다면 계획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리핀 국장은 달 기지의 상세한 내용은 장차 로켓 과학자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 전초기지는 도시가 아니라 남극 연구기지와 같은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것을 선택할 지는 다음 세대의 몫이 될 것이며 그들이 달에 머무르기를 원치 않는다면 화성 쪽으로 빨리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70년대 초 백악관의 결정으로 추진되다가 결국 먼지만 뒤집어 쓰게 된 아폴로 계획과 같은 실수가 거듭돼서는 안 된다면서 "당시의 실수는 NASA가 아닌 정부 고위 당국의 실수였다. 우리 세대는 이런 실수를 고쳐야 할 임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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