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없다"…혈액재고 1.5일분 밖에 남지 않아

입력 2006-12-11 09:53:22

췌장암으로 지난 9월 입원, 수술을 마친 구모(49) 씨의 가족은 2주 전 피를 구하러 다니느라 곤욕을 치렀다. 수술은 잘 됐지만 위출혈이 심해 수혈이 필요했기 때문. 그러나 병원 측이 보유중인 피가 모자란다며 지정헌혈(피가 필요한 환자가 직접 피를 구해오는 것)을 권고해 친인척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도 피를 구하러 나서야 했다. 어렵게 지정헌혈자를 구해 한 시름 놓았지만 입원중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걱정이다.

피가 모자란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혈액 재고량이 고갈 상황'이라며 전국민 헌혈 동참 캠페인에 나섰다. 혈액 공급을 맡고 있는 적십자 혈액원도 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되는 이달 말쯤이면 피가 크게 모자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재학 대구·경북 적십자 혈액원 공급팀장은 "적정보유량이 1주일분이지만 지금 재고량은 1.5일분"이라며 "당장 문제는 없지만 겨울에는 학생들의 방학과 함께 군인들의 헌혈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헌혈자들이 학생, 군인에 몰려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구·경북 적십자 혈액원이 올 들어 확보한 피는 11월말 현재 17만5천여 유닛(1유닛=320cc)으로, 한달 평균 1만 5천900유닛 정도다. 이는 대구의 병원에서 필요한 한 달 평균 1만5천~1만8천 유닛을 겨우 소화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지난 8~10월 헌혈량은 한달 평균 1만4천여 유닛에 지나지 않아 병원들의 필요 혈액량에도 못미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대구시내 종합병원들이 혈액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박성화 경북대병원 혈액은행실장은 "교통사고 등 응급환자가 아니면 지정헌혈을 통해 피를 구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고, 한 종합병원 관계자도 "지난 6월부터 피가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겨울을 앞두고 있어 고민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계명대 의료원도 혈액이 부족해 환자들에게 지정헌혈을 권고하고 있고, 수혈 기준이 되는 혈색소량(혈액 100cc에 들어 있는 헤모글로빈 양)도 기준을 낮춘 상태다. 혈액 공급에 문제가 없었던 때는 혈색소가 10g이하면 수혈에 들어갔지만 지금은 8g 이하가 돼야 수혈한다는 것. 김상균 계명대의료원 혈액은행실장은 "혈색소량이 현저히 떨어져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수혈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혈액의 특성상 해외 수입은 불가능해 만성적 혈액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헌혈자수를 늘리는 방법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혈액장기팀장은 "일반인들의 헌혈 참여가 저조해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는 등록헌혈자 수를 늘리는 것 외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혈액관리본부도 "헌혈자를 늘리기 위해 올해 등록헌혈자에 대해 무료 라식수술 등의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고, 신한은행과 적금 금리우대 계약을 맺는 등 등록헌혈 유도 방안을 펴고 있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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