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으로 치닫는 열린우리당

입력 2006-12-10 17:16:04

신당창당을 둘러싼 열린우리당 내 정계개편 노선갈등이 통합신당파와 친노(親盧)세력 간의 내홍으로 치닫고 있다.

친노그룹 소속 당원 1천여명은 휴일인 10일 영등포 당사에서 제1차 당원대회를 열어 김근태(金槿泰) 의장 등 지도부를 겨냥하며 비대위의 즉각 해산을 요구했고, 통합신당파는 친노파 당원대회를 개혁을 가장한 기득권 지키기로 비판하고 나섰다.

◇친노당원 대회 = 참여정치실천연대, 국민참여 1219, 신진보연대, 노사모, 중개련 등 당 안팎의 친노그룹 소속 당원들이 총집결한 이날 당원대회는 비대위와 통합신당파 의원들에 대한 성토장과 다름없었다.

당사 앞 주차장을 가득 채운 1천여명의 당원들은 '월권행위 자행하는 비대위는 해산하라', '당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지켜내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비대위가 아닌 중앙위원회를 열어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또 연단에 올라선 친노그룹 대표들은 "비대위가 당을 지키지는 못하고 꽁무니만 빼고 있다", "기간당원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당의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비대위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고, 사회자가 "대통령 때문에 배지를 단 X들이 대통령을 욕하면 안된다"고 외치자 당원들의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참정연 최병철 공동대표는 신당파측 염동연(廉東淵) 의원과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간사인 박상돈(朴商敦) 의원을 공개거명하며 "친노직계로 자처하며 지역주의와 야합하려 한다. 의원직이 탐나는가" "안개모는 '안갯속에서 모색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하자 주위에서는 "탈당하라. 출당시켜라"는 격한 구호도 이어졌다.

특히 이날 당원대회에는 참여정치실천연대 소속 김형주(金炯柱) 이광철(李光喆) 유기홍(柳基洪) 의원과 김두관(金斗官) 전 최고위원, 국민참여 1219 소속 명계남, 이기명씨 등 원외의 대표적인 친노인사들도 대거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친노그룹이 원내에서는 통합신당파에 비해 수적 열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은 이날 당원대회에서 나타난 '바닥 당심'를 지렛대 삼아 향후 노선대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

김 전 최고위원은 결의사를 통해 "당의 위기는 개혁을 하지 않은 지도부와 당권파 때문"이라며 "통합신당은 잡탕, 구태, 무능정당"이라고 참석자의 동의를 구했다.

◇비대위 '통합신당' 의지 = 당원대회가 이처럼 비대위.통합신당파에 대한 성토장으로 치러진 가운데 비대위는 이날 오후 시내 한 호텔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통합신당을 향한 예정된 일정을 착착 진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비대위는 친노그룹이 반대하고 있는 당진로 결정을 위한 국회의원 설문조사와 관련, 문항과 일정 등을 논의했으며, 13일부터 이틀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 15일 의원총회에 보고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대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친노 당원대회와 관련, "자꾸 친노그룹이 대결국면을 만들어가려해 걱정"이라며 내심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당원들이 자기들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직접적인 대응을 삼갔다.

하지만 통합신당파측 의원들은 친노그룹에 대해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당원대회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친노 당원대회가 대결구도를 부추겨 오히려 전대 개최를 힘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양형일(梁亨一) 의원은 "당원대회의 소집권자가 과연 누구인지도 모르겠다"며 "이렇게 실력행사를 하면서 전대개최를 요구하게 되면 오히려 전대를 힘들게 만들고 당내 대결구도만 부추기게 된다"고 비판했다.

주승용(朱昇鎔) 의원은 "당원대회를 통해 통합신당이 전체 의견이 아닌 것 처럼 주장하면 어떻게 전대를 치를 수 있겠는가"라며 "전대를 통해 한쪽의 뜻만 일방적으로 반영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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