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어디 있어?" "어머, 당신 벌써 들어 왔어요?" "응. 지나가다가 옷이 싸서 사왔지. 입어봐" 여우 털로 만든 옷을 통장에 있는 돈을 다 털어 사왔다며 남편은 입어보기를 재촉합니다. 수술한지 이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몸이 회복이 안 돼서 몸도 왜소하고 얼굴이 많이 말랐답니다. 모피 옷은 귀부인들이 우아한 모습으로 입어야 폼이 나는데 나의 빈약한 모습을 더 빈약해 보이게 합니다. 남편은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우와 멋있다."하며 탄성을 지릅니다. 남편의 기분이 상할까봐 "어머, 근사하다. 자기야 백 만 원짜리보다 좋아."하며 기분을 맞추는 나도 옛날의 내가 아니랍니다.
우리가 이렇게 닭살 부부가 된 것은 유방암이라는 죽음의 수술 이후 서로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랍니다. 예전에는 서로 귀한 줄 모르고 티격태격 날마다 싸움의 연속이었죠. 불안한 우리 가정을 보다 못한 하나님은 사랑의 화살이 내 몸 속에 꽂았는데 그만 암이라는 꽃으로 피어났지요. 의사는 보자마자 암이라고 판정했답니다. 죽음의 골짜기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데 남편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가왔죠. 한달 간의 뜨거운 사랑의 기도 덕분에 수술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남편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버리고 나에게 맞추어 살아가기 시작했답니다. 모든 부부싸움은 그 날 이후로 사라졌지요. 물론 내 몸에 커다란 흉터의 훈장과 사랑이라는 전리품을 남겨 놓았죠. 죽음은 이런 남편과 저의 사랑을 인정하고 한발 물러났답니다. 지금도 가끔 죽음의 공포가 엄습하지만 이런 남편의 닭살 사랑 때문에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간답니다.
"여보, 사랑해요."
조미애(충남 천안시 성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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