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라크 연구 그룹 권고에 냉담

입력 2006-12-08 09:42:07

"철수 탄력적이고 현실적이어야" "일선 지휘관 건의 존중하겠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연구그룹(I SG)의 권고에 대한 반응을 7일 처음으로 나타냈다.

부시 대통령은 전날 이라크그룹의 노고를 치하하며, 보고서의 '모든 내용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만 말했었다. 그러나 이날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회담한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그룹의 권고 내용들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우선 철군 부분. 2008년초까지 미군 전투병력을 이라크에서 철수하라는 이라크그룹의 권고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늘 미군을 최대한 빨리 이라크에서 철수시키고 싶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탄력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는게 중요하다. 현지 병력 수준의 어떠한 변경도 일선지휘관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결정하겠다. .." 이같은 답변은 기존 입장과 하나도 다를게 없는 얘기이다. 그는 이라크그룹도 " 여건에 따라..라고 했다"고 건의 내용보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현상에 대해서도 폭력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라크그룹은 이라크 사태가 악화되고 있으며, 자칫 연립정부 붕괴와 내전 등 재앙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음을 기자가 지적하자 "이라크 상황이 나쁘다. 이젠 됐느냐"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그는 이어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으냐? 나는 좀 더 빨리 성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성공 속도에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이라크그룹의 또다른 핵심 권고인 이란, 시리아와의 대화에 대해서도 기존과 똑같은 답변을 되풀이 했다.

"이란은 미국과 상대하고 싶다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선택을 했다. 이란도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시리아가 우리와 대화하고 싶다면 레바논의 시니오라 총리 정부 흔들기를 중단해라. 이라크에 대한 무기와 자금 공급도 그만둬라. 테러단체들에 대한 은신처 제공역시 멈춰야 한다. 우린 이런 입장을 이미 분명히 밝혔다." 이 역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란, 시리아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기존입장의 반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끊이지 않자 "국민들은 우리가 목표 달성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그는 시인했다.

하지만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보다는 이라크에서의 승리를 강조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당초 이라크 상황을 잘못 평가한게 아니라 적들이 전술을 바꿨기 때문에 사태가 어려워졌다. 적들이 전술을 바꾼 만큼 우리도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 이 싸움은 극단주의 세력과의 이데올로기 투쟁이다. 우리는 이겨야 하고, 이길 것이다..." 이는 부시 대통령의 변함없는 레퍼토리이다. 그는 "만일 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다음 세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후세는 부시가 그 때 무엇했느냐고 물을 것이다"라는 말도 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레바논 사태 등이 '이슬라모 파시스트'와의 싸움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신념에 거의 변화가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그룹의 "제임스 베이커, 리 해밀턴 공동위원장도 우리가 모든 권고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라크그룹 뿐 아니라 국방부, 국무부, 국가안보회의 등의 권고를 두루 검토할 것이란 입장도 강조했다.

이라크그룹의 권고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이날 보인 첫 반응은 새로운 이라크 전략에 대한 기대보다는 기존 전략을 고수하려는 고집스러움이 더 많이 비쳐지는 것이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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