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제 끝자락이 보일듯 말듯 하네요. 햇살이 따뜻하기는 하지만 바람은 꽤나 스산하게 느껴집니다.
이맘 때가 되면 일흔을 훌쩍 넘긴 친청 엄마에게는 큰 일거리가 맡겨집니다. 김장철이잖아요. 파묻어 두었던 항아리 물 부어 가셔내고 서릿발 내려 하얀 밭에 쭉 뻗은 무와 배추 갈무리하느라 엄마는 종일 바쁘지요.
봄부터 사다 간수 빼놓은 소금을 가마니에서 소금 양푼에 덜어 두고는 김장하러 오랍니다. 요새는 슈퍼에만 가도 골고루 살 수 있는 김치인데도 말이죠.
속 꽉찬 노란배추 궁둥이에 칼 넣어 켜켜 소금뿌려 재워두고 온 집안에 창문 열어 곰삭은 젓갈 다져 체에 받쳐두세요. 자, 이제부터 김장 시작해볼까요.
마늘은 물에 담궈 두고 깠어요. 생강 껍질도 벗겨두고요. 파와 갓, 미나리는 각각 다듬어 깨끗이 씻어 체에 받쳐 물을 빼두지요.
씨 털어 빻아둔 곱디 고운 고춧가루로 시원하고 맑은 맛의 통배추김치를 담아봅시다. 서울 김치는 젓갈을 쓰지 않지요. 하지만 곰삭아 늦겨울에 꺼내 먹으면 더욱 맛있을 우리 엄마표 갈치 김치는 잘 삭아 아주 진한 맛이 나는 멸치액젓을 같이 넣는답니다.
이번에는 총각 김치에요.
총각무는 껍질을 벗기지 말고 칼로 득득 긁어서 통째로 담으세요. 간혹 잘라 담으시는 분도 계시는데 그러면 쉬 물러서 좋지 않아요. 적은 양을 담을 때는 그냥 소금만 더글 더글 뿌려서 절여도 되고, 양이 많을 땐 골고루 절도록 소금물에 절여도 되요.
절임용 소금물은 굵은 소금을 2컵 기준으로 할 때 소금을 풀을 물은 보통 생수 한 병에 해당하는 1.8ℓ가 필요합니다. 김장 담그는 것을 제일 큰일로 아시는 우리 엄마는 바쁜 김장철에는 김장배추 절인 물에 총각무를 절이기도 하지요.
총각무는 날씬하고 작은 것일 때는 쪽파를 뚝뚝 잘라서 총각무랑 함께 버무린 다음 무청과 같이 가지런하게 해서 독에 담그면 되요.
새큼하게 익은 총각김치의 짝은 뼈랑 고기덩이 넣어 푹 고아 뽀얗게 우려낸 곰탕이지요.
이 곰탕에 뜨거운 밥 말아 넣고 총각김치 하나 젓가락으로 집어 말아 넣은 곰탕국물 떠서 아작아작 깨물어 먹는 그 맛이야말로 별미 중에 별미입니다.
마지막으로 고들빼기 김치입니다.
소금물에 잘 삭혀둔 고들빼기 씻어 건져 채반에 널어 물기 살짝 빼주고 찹쌀풀도 넣고 멸치젓도 툭툭 다져 넣어 담아보세요. 순 서울식이 아니라 남쪽지방의 방법이에요.
고들빼기는 뿌리가 통통하고 키가 작은 것이 맛이 좋아요. 여기에 쪽파를 넣어 같이 버무리면 더 맛이 있지요. 이른 봄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뜨거운 밥에 얹어 드셔보세요. 특히 감기 걸렸을 때 뜨거운 콩나물국에 같이 먹는 고들빼기 김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맛이기도 해요.
김치 사먹는 집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올해는 직접 김장 김치를 담궈 보는 건 어떨까요? 배추김치, 총각김치, 고들빼기 김치로 가족들의 입맛을 살려보세요.
한꺼번에 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조금씩 담아 보세요. 먹어본 다음에 가족들이 칭찬해주면 망설이지 말고 김장을 담는 겁니다. 잘 익은 김장김치 하나면 올 겨울은 아무 걱정 없는 거지요.
▲김장김치
재료: 통배추, 무, 미나리, 갓, 실파, 생굴, 생새우, 낙지, 흰파, 마늘, 젓갈, 생강, 새우젓, 배, 밤, 잣, 석이버섯, 표고버섯, 실고추, 고춧가루.
만들기:
1. 통배추는 반으로 갈라 절인 뒤 씻어서 넓은 잎은 떼어놓고 4cm 길이로 썬다.
2. 무도 다듬어 4cm 길이로 자르고 1cm 두께로 썰어 소금에 절인다.
3. 배는 껍질을 벗겨 무처럼 썬다.
4. 미나리, 갓, 실파는 다듬어 4cm 길이로 썬다.
5. 생굴은 소금물로 씻어 건지고 낙지는 소금물로 주물러 씻어 4cm 길이로 썰며 생새우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6. 흰 파는 어슷어슷 채썰고 마늘, 생강, 새우젓은 다진다.
7. 밤은 껍질을 벗겨 납작납작 썰고 잣은 고깔을 뗀다.
8. 석이와 표고버섯은 불려서 채썰고 실고추는 3cm로 썰어둔다.
9. 큰 그릇에 1.2.3을 담고 고춧가루로 버무린 다음 4.5.6.7을 넣고 버무린다.
10. 떼어놓은 배춧잎 3장을 오목한 그릇에 편 뒤 김치를 보듬어 담고 8.9를 얹어 배춧잎을 차례로 오므려 꾸린 다음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11. 양지머리 곤 국물에 새우젓이나 멸치젓국으로 간을 맞춰 붓는다.
▲총각김치
재료: 총각무 2단, 굵은소금 2컵, 쪽파 1/2단, 갓 1/2단, 양념(굵은고추 1 1/2컵, 새우젓, 멸치액젓 각 1/2컵, 다진마늘 2큰술, 다진생강 1큰술, 찹쌀풀 2컵), 김칫국물(고운 고추가루 1큰술, 소금 3큰술, 물 4컵)
만들기:
1. 총각무는 줄기만 떼어낸 후 깨끗이 씻은 뒤 굵은 소금을 뿌려 3시간 정도 절인다.
2. 1의 무가 숨이 죽으면 쪽파를 함께 넣고 소금을 조금 더 뿌려 잠시 두어 쪽파도 숨을 죽인다.
3. 쪽파는 따로 꺼내두고, 절인 무는 물에 헹군 뒤 채반에 물기를 뺀다.
4. 새우젓은 국물을 짠 후 곱게 다지고 , 찹쌀풀은 찹쌀가루 2큰술에 물 2컵을 붓고 쑨 후 식힌다. 김칫국물 재료도 섞어 둔다
5. 총각무와 쪽파를 자배기에 담고 갓을 4-5cm로 잘라 넣은 후 찹쌀풀과 다른 양념을 모두 넣고 고루 버무린다.
6. 버무린 김치를 항아리에 담고 무청으로 우거지를 친 후 돌멩이를 얹어 꾹 누른 다음 김칫국물 만들어 놓은 것을 부어 익힌다.
▲고들빼기 김치
재료: 고들빼기 1kg, 쪽파 100g, 풋고추 3개, 붉은고추 2개, 양념(굵은고추 가루, 멸치액젓 1/3컵, 새우젓, 다진마늘 1 1/2큰술씩, 다진생강 1/2큰술, 설탕 1큰술, 찹쌀풀 1 1/2컵, 국간장 1큰술)
만들기:
1. 고들빼기는 뿌리가 통통하고 잎이 짧으며 싱싱한 것으로 선택하여 깨끗이 씻어 소금물에 담가 삭힌다.
2. 소금물에 담근 고들빼기를 사흘 내지 닷새 정도 두어 누렇게 삭으면 깨끗하게 물에 헹궈서 소쿠리에 건진다.
3. 쪽파는 다듬어서 씻어 놓고, 고추는 송송 썰어 씨를 턴다.
4. 찹쌀풀을 쑤어 식힌다. 찹쌀풀에 국 간장을 조금 넣으면 고들빼기의 쓴맛을 조금 부드럽게 바꾸고 감칠맛을 더 할 수 있다.
5. 삭힌 고들빼기와 쪽파를 큰 자배기에 담고 찹쌀풀을 비롯한 양념을 모두 넣어 손가락으로 설설 버무린다. 마지막에 고추를 넣고 슬쩍 섞어 항아리에 담가 익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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