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金 김수면 어머니 "금메달 꿈만 같아요"

입력 2006-12-07 09:22:51

6일 새벽, 도하에서 김수면(남자체조)의 목에 금메달이 걸리자 포항 송도동 집에서 기도하던 엄마 송정희(50) 씨는 기쁨의 눈물을 쏟아냈다.

"아시안게임에 진출했다는 것 만으로도 뛸듯이 기뻤는데 금메달이라니, 꿈만 같아요."

우리 남자 체조팀의 막내인 김수면은 이날 개인 종목별 결승에 진출, 마루운동에서 동메달을 땄다. 엄마는 말했다, "이제 됐다. 동메달이 어디냐."

잠깐의 휴식시간을 거쳐 김 선수는 도마 앞에 섰다. 엄마는 다시 기도했다. "다치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만 해라." 엄마의 기도가 전해졌을까. 그는 평소 연습 때 이상의 기량을 발휘했다. 마지막 착지하며 두 팔을 벌리는 순간, 엄마는 다시 말했다. "내가 체조는 몰라도 우리 아들은 잘 안다. 충분하게 해냈다."

이윽고 성적이 발표됐다. 15.375. 북한의 조정철, 일본의 도미타와 동점, 공동 금메달 수상자 명단에 김수면의 이름이 올랐다.

송 씨는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려가며 수십 번 확인한 다음에야 수면이 금메달 획득을 믿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6시에 출근해 새벽 3시를 넘겨서 퇴근하는 식당 종업원. 평소 같으면 잠에 곯아 떨어질 시간이지만 이날은 퇴근하자마자 TV 앞에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도하에서 전화가 걸려 왔어요. 평소와 다름없는 담담한 어투로 "엄마 방송봤어요? 나 잘하지? 고마워요." 이렇게 말한 뒤 "가서 뵈요. 그만 주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엄마는 이런 차분한 성격이 동작 하나하나를 꼼꼼히 따져야 하는 체조라는 종목과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엄마는 이제 새로운 꿈 하나를 키우겠다고 했다.

김수면의 형 김영민(한체대 4년)도 자타가 공인하는 체조선수로, 내년 2월 실업팀 포스코건설 입단이 예정돼 있기 때문. 베이징올림픽 때는 형제가 나란히 체조에서 금메달을 걸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포철서초등-포철중-포철고를 거치는 동안 김수면을 지켜본 이대공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은 "자랑스럽다. 특히 비인기 종목을 묵묵하게 지켜온 재단의 입장에서는 결코 작지 않은 결실"이라며 뿌듯해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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