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욕의 나무들 흔들어대며
우우 푸른 냄새 실은 바람 부풀어 오른다
햇살도 두 눈을 반짝이며
굳은 알몸의 가지들 불타는 기억,
톡톡 흔들어 깨운다
이끼 낀 바위에 기대어서 멀리
휘어진 어깨 들어올리는 길과,
순한 사슴처럼 머리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마을을 본다
아스라한 하늘을 경계로
어머니 같은 뒷산이 앞산을 꼭 끌어안은 채
말랑말랑하게 누워 있는 저 긴 능선,
참 따사롭다
푸른 하늘 물결 한가롭게 헤엄치는
한 무리 백조 같은 저 흰 구름들,
나도 오장육부 다 털어버리고
한 그루 따뜻한 나무이고 싶다.
잎 하나 없는 겨울나무는 그야말로 '무욕(無慾)의 나무'다. 버릴 것 다 버린 그 겨울나무에서 다시 잎 피울 '푸른 냄새 실은 바람이 부풀어 오르'고 있음을 본다. 단풍으로 불타던 가을의 기억도 떠올릴 수 있다. 나아가서 스스로 겨울나무가 되어 '무욕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따뜻하고 정겹다. 멀리 보이는 마을도 '순한 사슴처럼 머리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고 첩첩한 산들도 '어머니 같은 뒷산이 앞산을 꼭 끌어안은 것'처럼 보이게 마련이다. '겨울나무' 가지 사이로 바라보는 풍경은 '참 따사롭다'.
찬바람 이는 겨울이지만 따사로운 눈으로 보는 세상은 따뜻하게 마련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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